아이를 기르며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온전히 사랑만.

by 한여름


요즘의 나에게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항상 비슷한 감정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에는 ‘모유수유’가 육아에서 제일 힘든 일인 줄 알았었다. 모유수유의 산을 넘으니, 이유식과 유아식이라는 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 아이를 먹이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가 잘 먹어 주는 날에는 나의 컨디션이 달라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씩 성장함에 따라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것은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그리고 ‘아이의 정서적 마음 밭을 돌보는 것’라는 사실을 매일매일 혹독하게 깨닫는다.

어떤 날은 지나치게 맑았다가, 어떤 날은 지나치게 흐렸다가 하는 엄마는 아이의 감정과 정서를 흔들어 놓는다. 아이는 분명 혼란스러울 것이고, 아이는 분명 괴로울 것이다. 그러하기에 ‘엄마 사람’은 되도록 비슷한 범위의 감정선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것은 ‘일관된 교육’ 과도 연관이 있다. 같은 일에 어떤 날은 '예스', 어떤 날은 '노'이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 일 수 있다.

남편과 다투고 기분이 절벽인 날에도 아이까지 그 절벽에 서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어느 날 아침엔 사랑한다고 꼭 안아 비비적거리다가 다음 날 아침엔 무심히 지나치는 엄마가 되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아이를 키우면서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아니 나조차 몰랐던 내 감정을 깊숙한 단면을 보게 되는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는 때가 있다. 그것이 긍정적인 면일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일 때도 있다.

남편과 다툴 때도,
친구와 다툴 때도,
한 번도 이렇게까지 화가 난 적이 없었는데 아이와 온종일 함께하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내 인격의 밑바닥을 본다. 1분만 지나도 후회할 그 밑바닥 말이다. 저 깊은 마음의 골짜기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나’라는 사람의 한계치.
절대 그러면 안 되는 사람에게 우리는 종종 실수를 하곤 한다. 부모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이토록 불완전하고 어설픈 우리가 매일 비슷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마음 뿌리가 튼튼하게 길러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혼자로도 오롯이 서지 못하고 비틀대는 우리가 누군가의 어미가 되어 한 생명을 오롯이 길러 낸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을 보면 살면서 자신에게 가장 상처를 준 존재는 ‘부모’라는 답변을 종종 듣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상처 받았다는 말 만은 듣지 말자.’라는 작은, 아니 어쩌면 너무 거대할지도 모를 목표를 가슴 한편에 가지고 산다.




그럼에도 오늘, 그리고 어제도. 아이에게 작은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미안하다고 눈물짓는 밤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저 나 혼자만의 위안일 뿐, 아이에겐 어떠한 위로도 되지 않으니까. 깨어있을 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심하게 야단친 날이면 컴컴한 방 안에서 잠이 든 아이를 한참 바라보곤 한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불안과 미움과 무례함과 교만이 너에게 만은 스며들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좋은 엄마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꼭 안으면, 결국 눈물짓는 쪽은 늘 엄마인데.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도 세상 끝나는 날까지 엄마일진대.

왜 우리는 온전히 사랑만 흘려보내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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