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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12. 2020

사랑에 가시가 돋는다.

더이상 사랑도 미움도 아닌 것.

가시 돋친 것.

잔뜩 웅크린 밤톨같이 날이 선 것이 내 몸에 산다.


그 뾰족하고 가시 돋친 것은 내 속을 이리저리 굴러 다닌다. 굴러 다니다 내 발을 쿡찌르고 손도 찌르고 머리를 구르고 등을 할퀴어댄다. 그렇게 상처를 얻는다.


그것이 내 등에 닿은 날은 몸을 온전히 누이지 못해 잔뜩 웅크린 채 잠을 자고

그것이 내 머리에 닿은 날은 아픔에 알약을 한알 삼키고

그것이 내 손에 닿는 날은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청소하는 것으로 그 고통을 잊어보고

그것이 내 발에 닿는 날에는 모두 잠이 든 사이 참지 못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하지만 그것이, 그 밤톨같이 잔뜩 웅크린 뾰족하고 날이 선 그것이 가슴에 가 닿는 날은 끝끝내 숨죽여 울어 분다.


하지만 그 밤톨 같고 뾰족하고 날이 선 그 날카로운 마음이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다 깎이고 부서지고 갈리고 나면 더 이상 누구도 상처 낼 수 없게 되면 초라해지고 만다. 한없이 초라해지고 만다.


뾰족하고 아픈 그것을 정성으로 달래 열어만 주면 그 속에 다디단 사랑이 있을 것인데

그 무엇보다도 반짝이게 윤이나는 반질반질 닦아놓은 사랑스러운 다디단 마음이 그곳에 분명 있을 것인데

그는 손대지 않는다.

그는 바라만 본다.

그는 열지 않는다.

바보 천치.


이리치이고 저리 치여 부서지고 망가져 더 이상 상처 내지 않는 밤톨은 더이상 상처 주지도 상처 받지도 않은 채 가만히 머문다.


이젠 그저 가만히 가만히.

사랑해서 괴로워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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