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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Apr 14. 2021

구질구질해서 더 따뜻한 엄마의 사랑.

여전히 우리는,

카톡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화면 창을 무심히 들여다보니 '친정엄마'였다.

이유 없이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느릿느릿 굼뜨게 확인한메세지는 ,

'딸아 혹시 다시 멸치 필요해?'

였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메시지는 항상 이런 식이다.

"딸아 명이나물 필요해?"

"딸아 된장 다 먹었어?"

"딸아 김치 몇 통 남았어?"

"딸아 매실 담았는데 좀 줄까."


시집간 지 6년이 넘은 딸의 냉장고 속의 반은 엄마의 마음으로 채워졌다.

김장김치며, 된장, 간장, 젓갈, 매실즙 같은 것들부터 때로는 밑반찬, 때로는 국. 냉동실에는 정육점을 하는 엄마가 주신 고기들, 그리고 꺼내서 데워먹을 수 있게 얼려주신 곰국에서 카레, 튀김 그리고 깨끗이 세척해 얼려놓은 해산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 곳이 엄마의 냉장고인지 나의 냉장고인지 헷갈릴 지경일 정도로. 엄마는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 집은 한 시절도 넉넉히, 부유히 살아 본 날이 없었다. 고향을 떠나오면서부터 더더욱 삶은 팍팍해져 갔다. 어린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였으니, 엄마 아빠의 삶의 무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으리라.

남들 다 신고 다니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메이커 신발은 늘 시장표였고, 거창한 외식보다는 치킨 한 마리, 삼겹살 한번 맛있게 구워 먹는 일이 즐거움이었다. 때로는 집이 없이 아빠가 일하시는 공장 뒤편에 내어주는 작은 방에 온 식구가 함께 살기도 했고, 그러다 마련한 24평 작은 빌라 한 채가 우리 가족의 시간에 빛이자 쉼이 되어주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이상하게도 비싸고 좋은 것을 사주고픈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나는 못해도 아이에게만은 그러고 싶은 이상한 마음이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물직적풍요로움으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도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내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놀라곤 한다. 엄마 아빠도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팍팍한 삶에도 한 달 한 달을 이어나가는 삶에도 명절이 되면 새 옷을 사입히고, 백화점이 아니라 시장에 가서라도 깨끗하고 좋은 신발을 사신 기곤 했던 그 마음이 지금에 와 생각하니 참으로 눈물겹다.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새 집을 사고 없는 살림에도 꼭 침대에서 자고 싶다는 철없는 딸과 아들방에 침대를 넣어주며 엄마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힘겨웠지만 행복했을 것이다.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자식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부모는 날개를 단다. 실로 그 기쁨보다 달디 단것이 없으리라.


엄마는 여전히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을 것을 우리에게 주려한다. 아마도 힘닿는 데까지 그리하실것이다. 그렇게 엄마가 보내는 구질구질한 것들 모든 곳에 사랑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돈이 없어서 삶이 넉넉지 못해서 구질구질해져버린 그 사랑들 속에 묻은 엄마의 마음이 때때로 흘러넘쳐 나를 울린다. 이만큼이나 받았으면 이제는 내가 더 사랑해야 하는 것이 맞으나 여전히 엄마가 나를 더 사랑한다. 아마도 끝날까지 우리는 그러하리라.


엄마에게 답장을 보낸다.

"응 필요해, 주말에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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