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맨은 아찔했을까?
에어로빅은 시작되고, 나는 나만의 동작을 만들어갔다. 엘빅 에이스자리 회원은 휘향 찬란한 기교로 움직였지만, 똑같은 걸 보고 따라 하는 나는 핵심만 꼭 짚어서 하고, 이외는 몸의 반사신경에 맡겼다.
그래도 가끔 거울로 비치는 내 모습에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내 몸에서는 이것이 최상의 율동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움보다는 뿌듯했다. 배가 나와서인지 척추가 유연하지 못해서인지 웨이브를 할 때는 뱀의 흐름이 아니고 각목이 흐르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것이 최선이니, 나로서는 미련이 없는 시간을 보낸다.
초민감자로써 시끄러운 음악을 견디며 에어로빅을 하는 것은 내 로봇 같은 팔다리와 골반과 흉통을 하루에 한 번 1시간 동안이라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려는 재활치료이다. 그 시간 외에는 내 몸은 미동도하지 않고, 오직 두뇌만 풀가동한다. 모든 욕구도 사라져서, 음식도 허기져서 쓰러지면 찾아 먹고, 잠도 기절하게 되면 잔다. 이런 아침 운동은 나의 최후의 보루가 되었고, 그 뒤에는 파바 브런치로 오전시간을 보낸다.
엘빅이 끝나자마자 나는 1착으로 로비로 나가 외투를 걸친다. 엘베 문이 열리고 안에 헬멧을 쓰고 있는 퀵서비스맨이 혼자서 있고, 아래층 방향의 꺽쇠에 불이 들어온 걸 확인했다. 나와 몇 명의 회원들은 환호하며 우르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는데, 우스운 건 그 중 한 명은 들어오자마자 닫힘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당당하게 호들갑을 떨면서 버튼을 눌렀다. 사실은 나도 얼른 누르고 싶었지만, 나의 메타인지는 그런 생각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생긴 어린 회원의 재빠른 행동에 쾌재를 불렀다! 얼른 파바의 테이블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나 말고도 모두들 환호했다. 나도 천진한 웃음을 지으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초민감자인 나는 엘베 안 사람들을 눈식간에 살폈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이 기쁨에 동참하고 있지 않았다. 문 앞 구석에 헬멧을 쓰고 뻣뻣한 몸으로 엘베문만 응시하고 긴장한 듯한 남성의 얼굴이 들어왔다. 모두 닫힘 버튼이 눌러졌다는 사실에 똑같은 마음으로 기뻐하며 한통속이 된 여자들과는 달리,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그것은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된 아내를 외면하는 남편의 표정과 닮아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공동체가 된 무리의 기쁨을 누리다가 다시 차가운 세계로 귀환되었다.
엘베 문이 열리자 1층에서 누가 내리냐는 소리에, 내 옆에 회원이 나의 팔을 살며시 이끌어서 문 앞으로 길을 내주었다. 잠시 예의를 벗어난 일탈의 즐거움으로 후끈하게 달아오른 무리의 배려를 받으니, 몹시 흥분되어서 퀵맨의 표정 따위는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