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롱 라떼
가을을 좋아한 적이 없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차가운 공기가 가슴 한 가운데 구멍을 뚫고 지나가는 듯 공허함이 시려온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서늘한 공기로 가을을 느끼는 순간 날카로운 쓸쓸함이 스친다.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고독함은 차가운 세상을 한걸음씩 살아 나가야하는 사람이 느끼는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일 것이다. 봄, 여름 푸릇푸릇한 잎들과 햇빛의 따뜻한 에너지가 가려주던 마음 속 공허함이 가을에 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지면서 실체를 드러낸다.
가슴에 뻥 뚫린 텅빈 구멍을 막아보려고 따뜻한 국물을 한 그릇 먹어보고 부드러운 스웨터를 꺼내 몸을 따뜻하게 감싸본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더 더워지면 가을의 공기가 반가워지려나.. 엉뚱한 생각이다.
이 쓸쓸함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주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집 앞 천변에 비친 푸른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이 예쁘다. 빨갛게 물든 나뭇잎 색이 예쁘다. 스타벅스에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마롱 라떼가 시즌 음료로 나온다. 생각해보니 조금 지나면 내가 좋아하는 스키를 탈 수 있는 계절이 온다. 내가 좋아하는 설산을 보기 위해서는 거쳐가야만 하는 계절이다.
그렇게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 집으로 향한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얼굴. 뻥 뚫린 구멍에 차갑게 에리는 바람이 들지 못하게 따뜻한 손으로 등을 쓰다듬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공허함이 꽉 채워지는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