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 일병 구하기!

SES! Self Emotional eating Stop 트라우마다이어트

by 익자

쳅터 3.

구조작전시작(현재의 결심-글쓰기와 돌보기를 시작하다): 나는 더 이상 상처 뒤에 숨고 싶지 않다.

발설하고 싶다. 존재만으로 가치 있는 나를.

이제는 제 자신을 제 존재를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제 마음을 정직하게 쓰고 싶습니다.

자발적 글쓰기의 의지, 제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전두엽 일병 구조'의 시작입니다.


"나의 이야기 속 '작고 강한 소설' 한 편"


저는 총 작전사령관 밀러 대위입니다. 내면에 가득 쌓인 아픈 감정들을 인정하고 진정한 저를 자신을 이해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 이 에세이 쓰기의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삶에 들어온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온 상처들을 서사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치유가 시작됩니다. 저는 이것을 '투명한 감정글쓰기' 또는 '유리감정 쓰기'라고 부릅니다.

글쓰기의 과정이야말로 전두엽을 다시 깨우는 작업입니다. 무너진 자아를 재건하는 치유의 본질이자 핵심입니다. 글쓰기는 상담의 문자화이자 동시에 자기 치유의 상형화입니다. 상담은 글쓰기의 말하기 화입니다.

내면의 담화이자 치유의 교착점에 있는 제 에세이가 곧 심리상담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갈 수도 있고 그것이 가장 좋은 상처 치유의 열쇠가 될 수는 있겠지만,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겐 낯선 공간에 가서 자신의 아픔을 복기하며 세밀한 감정을 꺼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설령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의사라 해도 글을 쓸 때만큼 더 많은 절박함이 자세히 발화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와 같은 자기 치유 글쓰기는 꺼내어 담는 단어의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 몰라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입하여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써 보는 시간은 부모와 가족 학교 또는 직장 등 크고 작은 집단에서의 상처가 있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권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만약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글쓰기를 치유의 방법으로 함께 시도하고 이어갔을 것 같습니다.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 한 줄의 짧은 문장부터 써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을 위한 '유리감정 글쓰기'를 모두가 시작해 볼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지지난해 여름 팔구 년 만에 아이들 둘을 데리고 한국에 다녀왔다. 아직도 집에 남기고 간 작은 아이들 둘의 마음을 가끔씩 어르고 달래며 지내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해엔 정말 제가 한국에 가야만 상황이 정리되는 어떤 사유가 있어 아주 급히 한국에 잠시 다녀오게 되었다. 가야 하는 이유도 도착해야 하는 날짜도 너무나 갑작스럽고 급하여 불 난 집에 뛰어들어가 귀중품을 챙겨 나오듯 그렇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 뜻하지 않았던 한국 방문이 내게는 다시 글을 쓰게 만든 기쁜 슬픔의 계기가 되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따스하게 만난 적 없는 상상 속의 친부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 나쁜 아버지는 정부의 공식 행정 문서에 사망자로 쓸쓸히 누워계셨다. 세상에서 가장 웃픈 마지막 막장드라마처럼.

단지 나쁜 아버지의 죽음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아니 그 나쁜 아버지는 내가 한국에서 출국하기 하루 전 정말 그분 다운 무언가를 내게 남기고 떠나셨다. 빚투다. 정황을 알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더니 깊은숨을 쉬어도 숨이 막혀왔다. 내 인생은 대체 왜 이렇게까지 고통의 통로로 흘러가는지 정말 진심으로 하늘이 밉고 원망스럽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도와 애도가 밀려왔다.


그토록 평생을 바쳐 미워하던 아니 그보다 진심으로 궁금하던 그래서 너무나도 찾고 싶었던 나쁜 아버지. 그 아버지 같지 않은 낯선 두려움 같은 어떤 남자의 영원한 떠남을 확인한 나는 기쁘지 않았다. 슬펐다고 하기엔 알 수 없는 맺힘에 갇혀 처음엔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멍하고 휑하고 텅했다. 안개로 가득했던 심장을 사십육 년 동안 안고 지내며 그 안에 막연히 나쁜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망자로 처음 만난 나쁜 아버지를 종이 한 장으로 보는 순간 심장이 출혈 하나 없이 그냥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툭 하고 떨어진 심장 때문에 커다란 싱크홀이 내 몸에 생긴 것 같았다. 순식간에 휙 빠져나가 텅 비어버린 마음인데 슬픔이라기엔 황당 황망 황무지에 버려진 나로 굳은 발로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그리고 공무처를 나오는 출입문을 열면서부터 눈물이 눈물이 짐승 같은 영혼의 절규가 태풍처럼 장마처럼 나를 적셨다.


평생 고통받는 것 말고는 끝내 나와 아무것도 함께 하지 못하고 나쁜 아버지로 남은 아버지가 너무나도 애잔했다. 그런 아버지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만날 것을 기대했었다. 만나서 진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미안하다는 사과로 서로의 얽힌 생애의 매듭을 풀고 싶었다. 그 영혼이 떠나심보다 빚투로 자신의 존재감을 남기신 것보다 뜨거운 화해의 시간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아프고 슬펐다.

두 해 전 즈음에 도저히 이대로는 살 자신이 없어 투닥대는 속마음을 무시하곤 글쓰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또한 지금처럼 나는 살기 위한 최후책으로 글쓰기를 선택했었다. 막상 이 한 남자를 모른 척하고 글을 쓰려니 도저히 내키지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두세 줄 쓰다 접기를 여러 번 했다. 그러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남자가 아니면 나도 세상에 올 수는 없었음을, 내 사랑하는 우리 집 나무와 꽃들을 만날 수 없었음을. 그런 연유로 마음을 다시 동여매고는 내 생애를 따라 시간여행을 하며 일기처럼 아주 조금씩 쓰고 또 썼다. 눈물이 나면 울고 송곳으로 후벼 파이는 수 천 개의 수혈 바늘에 온몸이 찔리는 고통이 올 땐 며칠 멈추기도 했다.


그렇게 목소리를 얼굴을 직접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쁜 아버지와의 화해를 굳이 상상하여 소설과 같은 제 이야기를 글로 녹이는 여정을 시작했었다. 일기처럼 쓰다 16부작 드라마 기획안으로 쓰다 4부작 정도까지 각색도 했었다. 영화 시나리오 기획에 함께 몸담으며 짧지만 배운 시간도 있었기에 드라마에도 나는 관심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따박따박 통장에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급여를 기다리는 엄마를 알기에 작가교육원은 꿈꾸던 즉시 발끝 어딘가로 밀어 묻어두었다. 혼자 각색하며 웃고 울고 많은 날을 행복하게 대본을 썼었다. 비록 나만의 드라마로 남겨두긴 했지만.


기자생활을 할 때 교도관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소설 같은 제 삶에 그보다 더 드라마틱한 아버지와의 화해의 순간들은 모두 상상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출판도 고려했던 제 이야기의 소설화는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지를 찾아서 탐문하고 수색해서 뵙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상상보다 더 가짜 같은 제 삶의 시작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혼자서만 맘속으로 세월이 사십 년 이상 흘렀다. 아이들을 낳을 때마다 키워낼 때마다 모든 날들에 아버지와의 만남을 그리는 내가 살았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나는 너무 멀리 떠나와 있었고 반기는 사람 없을 한국을 간다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아버지만을 찾고자 한국 땅을 밟기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정보는 나의 본적 주소지뿐이었고 기억에도 가 본 적도 없는 낯선 델 가기엔 솔직히 무서웠다. 아버지를 정말 만날까 봐, 그리고 또 못 만날까 봐... 이미 주소지의 터마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봐. 그 순간의 멎을 나의 심장이 맺힐 나의 눈물이 아플 나의 온 삶이 너무도 두려웠다.


내가 듣기엔 어느 하나도 좋은 아버지라는 단서가 없었다. 죄인으로 부를 수는 없지만 나쁜 아버지였으니 이미 내게는 사십 년 이상 죄수로만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도저히 글로 쓰면서도 읽고도 현실세계의 사람일까 나도 엄마도 그 죄수의 삶도 다 상상 같다. 아니 상상이었으면 좋겠다.

제 이야기 속 아버지는 이렇게 정말 소설처럼 쓸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니 막연히 교도소가 떠올랐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람은 어떤 벌이라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는 나만의 심판을 아주 오랫동안 끌어안고 견뎌온 것 같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고 살 수 있는 그 사람에 대한 판결이자 선고였기에.


어느 날 갑자기 엄마의 인생에 끼어들어 나라는 불쏘시개를 던져두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런 한 남자에 대한 상상으로 아버지를 쓰기 시작했다. 기자 때 만나 인터뷰했던 교도관님이 떠올라 가능했다. 그 교도관님과의 인연에서 아버지와의 만남도 혼자지만 소설처럼 그렇게 풀어갈 수 있었다. 풀어내야만 했다. 뿌리를 뽑아버려야만 했다. 아버지와의 진정한 화해가 없는 글쓰기는 제게 아무 의미가 없기에.

다만 이렇게라도 제 안에 아직 숨 쉬고 있는 어린 내면아이를 이제 그만 동굴 속에서 꺼내주고 싶었다. 때문에 아버지에 관한 글이 담긴 에피소드는 모두 제 상상 속의 상황에 기한 글임을 먼저 독자님들께 말씀드린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순간순간의 심리와 전두엽의 안위는, 이 쳅터에서는 잠시 쉬어가려 한다.

또한 <전두엽 일병 구하기> 이 브런치스토리를 처음부터 오롯이 읽으신 독자님들이라면 제 마음이 얼마나 검은 구정물감 속에 깊게 오래 담겨 있었는지 조금은 아시리라 믿는다. 심리와 전두엽의 변화들을 굳이 쓰지 않아도... 상상마저도 트라우마의 늪을 헤매야 하는 과정이 실은 정말로 전혀 쉽지 않다. 너무나 뜨겁게 심장이 타는 검은 숯 같은 내 안의 어린아이가 가여워 글을 쓸수록 눈물이불이 덮인다. 그러니 조금은 너그러이 이 연약한 영혼의 심정을 부디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38화. 유치장 그 남자 그리고 엄마(그 여자)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무사히 환승을 마쳤다. 한국행 비행기 안이다.

한국이 그리워서 가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가는 길이다. 그날 그 전화다.

엄마가 지금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란다.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주던 일이 경찰에게 발각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셨다고 한다. 그 엄마를 보러 캐나다에서 왔고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택시에서 내린 나는 경찰서 입구에 서 있다. 막상 도착했지만 안으로 들어가 엄마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 엄마에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길래 여기까지 온 건지 머릿속이 어지럽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며 경찰서 유치장 안으로 들어간다.

저 멀리 엄마가 보인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구석에 앉아 바닥만 쳐다보고 계신 엄마가 보인다.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 본다. 엄마에게 눈을 맞추려고 하지만 엄마는 나의 시선을 피한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엄만데 내가 상상하던 그 엄마가 아니다.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가 멀리 캐나다에 산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그런 엄마가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고 또 난다.

이 모든 상황이 기가 막혔다. 너무나 외로워서 너무나 고독해서 생긴 엄마의 병을 왜 이제야 내가 알게 되었는지 그저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잠시 화장실에 가서 눈물주머니를 고이 접어놓고 나오는데 엄마가 빨리 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엄마를 보며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뿐이다. 엄마 앞에서 울고 싶지 않은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


그때 한 부부가 구치소 안으로 들어오는데 이미 밖에서부터 소란이 난 것 같다.

남자는 술에 절어 있는 얼굴이다. 여자는 이미 얼굴이며 팔 여기저기가 멍들고 까져 있고 머리는 다 뜯겼는지 산발이다. 그런 여자를 향해 남자는 분에 못 이겨 발길질까지 하려다 경찰의 재지로 참는다.

엄마는 그 남자가 무서운 듯 갑자기 구석으로 가더니 몸을 웅크리고 두 팔로 머리를 가리며 감싼 채 벌벌 떨기 시작한다.


지금 구치소 안에는 이십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자 옆에 한 여자아이도 함께 있다. 남자의 행패와 시끄러운 소리에 놀랐는지 아이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앳된 엄마가 달래주는 그 여자아이는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인다.

남자의 고함소리가 듣기 힘든 듯 아이는 한쪽 벽 끄트머리로 가서는 두 손으로 머릴 쥐어 뜯기도 하면서 겁에 질려 계속 운다. 그래도 남자는 굴하지 않고 고함을 쳐댄다. 경찰이 계속 주의를 주고 말려봐도 술이 떡이 된 남자는 듣질 않고 더 폭주한다.

구석에 그렇게 앉아있는 엄마와 무서워 귀를 막고 울어대는 어린 여자아이.


그 두 사람을 바라다본다.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오늘 처음 보는 구치소의 모녀가 아니라 옛날의 엄마와 어린 시절의 나이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가슴에서 울화가 치밀고 분노가 끓어오르고 원망이 밀려온다. 가슴이 점점 답답해 온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기 시작한다.

남자는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여자에게 손지검을 하려다 몇 번이나 경찰에게 재지 당한다.

남자를 보려는 게 아니라 나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남자가 그 앞에 서서 몹쓸 말과 몹쓸 행동들을 서슴없이 한 것뿐이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어느 앳된 나이의 엄마, 그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계속 귀를 막고 소리 내어 울고 있다. 남자의 고함과 여자 아이의 우는 소리가 겹쳐 들린다.

순간 괴로운 듯이 가슴을 쥐며 고통스러워한다.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남자를 향해 미친 듯이 소리친다.

“이 악마 같은 자식아! 그만 멈춰! 당장 멈춰! 이 괴물보다 더 징그러운 악마 새끼야! 제발 그만해! 아프다고! 아프다고! 아파서 죽겠다고! 지금 당장 멈춰! 사람답지 못한 이 악마 새끼야!”

온몸의 에너지를 모두 써서 소리친 내가 그대로 혼절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