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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자

40화. 사내에 대하여 그것이 알고 싶다


한국에서의 아주 특별했던 또 하나의 만남과 이별이 생각나 가슴이 툭하고 아릿해짐을 느낀다. 그래도 다니엘이 지금 내 옆에 함께 있어 참 따뜻하고 든든하며 의지롭고 의미롭다.

눈을 감고 그 얼굴을 다시 그리고 떠올려 본다. 살아가다 가끔씩 어쩌다 궁금하긴 했었다. 어떤 분일까? 대체 어떤 분이기에 엄마와 날 하나로 묶어놓고 어쩌자고 그리 잔인하게 짓밟으신 걸까? 나는 살면서 그것이 늘 궁금하고 그것은 날 곤궁케 했다.

아이들은 해맑아서 그런가? 참 뜬금없는 질문으로 사람을 뜨끔하게 한다. 정답을 모르거나 정답이 없는 질문을 불쑥 내밀 때,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눈동자는 흔들리며 가슴이 하늘과 땅을 오가고 마음은 갑자기 길을 잃는다.


엄마의 다급한 소식에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놓고 기다리던 어느 날, 심한 감기로 학교에 못 간 첫째 아이가 나에게 뜬금포를 쏜다.

“엄마! 우린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 지금은 없어??”

“아니야! 한국에 할머니 할아버지 다 계시지!”

“근데 왜 우리가 못 보러 가? 아니면 왜 우리를 안 보러 와?”

“아아... 그건... 한국 할머니는 일하느라 바쁘시고 또 다리도 아프셔서 캐나다까지 비행기 타곤 혼자 못 오셔.”

“그럼 할아버지가 할머니랑 같이 오시면 되잖아! 우릴 왜 안 보러 오실까?”

“할아버지는 캐나다에 못 오시는 거야. 할머니보다 더 엄청나게 바쁘시거든.”

“그럼 할아버지는? 우린 한국 할아버지 없어? 할아버진 한 번도 못 봤어! 엄마랑 전화도 안 하잖아!”

“할아버지가 바쁘시니까 그렇지! 네가 할아버지가 왜 없어? 너 세 살 때 한국 갔을 때 할아버지 만났어! 네가 너무 어려서 기억을 못 하는 거지!”

“아아… 그 할아버지? 그 할아버진 엄마 하프 할아버지잖아! 진짜 한국 할아버지! 엄마의 아. 빠! 그 할아버지 말이야!”

“엄마가 아빠가 어딨어어! 엄만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셨다고 얘기했잖아!”

“엄마 아빠랑 같이 안 살아도 엄마 집에 엄마 있고 아빠 집에 아빠 있는 친구들 있어! 엄마는 한국 할아버지 집에 할아버지 없어? 있으면 왜 엄마랑 전화도 안 하고 메시지도 안 해?”

“어어… 엄마는 아빠가 없어. 있는데 지금은 어디 계시는지 몰라. 엄마 어렸을 때 딱 한 번 보고 못 봐서 엄만 아빠 얼굴도 기억 못 해! 그러니까 엄마는 아빠가 없는 거지이.”

“괜찮아! 우린 하프 할아버지 있잖아! 엄마 새아빠도 우리 할아버지야!”

“그래. 맞아! 하프 할아버지가 너하고 동생들 한국 할아버지야!”


낮에 큰딸이 그 얘길 물어봤을 땐 왜 갑자기 할아버지 얘길까 이러면서 무심코 흘려듣고 넘겼다. 아이들도 다니엘도 잠자리로 가고 나니까 보름달빛이 커다란 팔로 거실을 안아준다. 모처럼 혼자 덩그런 한 밤을 만끽하자니 보름달 안에서 방아 찧고 있는 토끼에게 괜스레 마음이 간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나서 그런가 보다. 유난히 밝은 달빛을 바라보다 문득 눈에 밟히는 그 사람이 자꾸만 떠오른다.


운전석 옆자리에 커다란 인형 하나를 싣고 찾아와선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트럭에 태워 가려던 한생(한 번의 삶) 동안 눈에 밟히는 그 사람 말이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볼 순 없지만 떼어지지도 작아지지도 앉으면서 내 등 뒤에 바짝 붙어있는 그림자 혹 같은 그 사람이다.

궁금한 적은 많았다. 수시로 솟았다 잦아들었다 더 높이 치솟았다 꺼진 듯 사그라들었다 하는 엄마의 분노의 불씨를 보고 느낄 때마다 떠오른, 늘 같은 한 사람. 아버지 같지 않은 그 짐승보다 못한 아버지… 나의 생물학적 친부다.


나는 그냥 그 사람을 사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버지라 하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그 사내는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 같지 않은 참 거지 같은 짓을 나에게 또 엄마에게 많이도 했던 폭풍처럼 왔다가 홀연히 사라진 그 사내.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한 번은 궁금하고 알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 번은 알고 싶고 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 번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 번은 만나고 싶은… 호기심 보단, 그냥 몹시 답답하고 안타까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마치 그런 어떤 단서라도 찾고 싶은 맘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다만 그 사내에 대한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만은 꼭 알고 싶다.

멀리 캐나다에서 지금 아빠와 함께 진짜 한국 할아버지를 궁금해하는 우리 네 딸들을 위해서라도 한 번은 꼭 찾아보고 싶다. 하프 할아버지 소식 말고 진짜 할아버지 소식을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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