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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제육볶음 닭발에 두부야 제발 날 살려줘!
비밀보장이 먹는 음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먹어도 먹어도 외롭다. 비밀보장을 들으며 먹을 때 행복하다. 지금까지 셀 수 없는 날을 살자를 거꾸로 생각하며 마흔여섯까지 걸어왔다. 막상 반 백 살을 몇 년 앞에 두니 이제는 먹고 싶은 게 많아서 아직은 천국에 못 가겠다. 닭발도 먹고 싶다. 매콤하고 부드러운 닭발에 두부를 곁들여 먹고 싶다.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다. 마음껏 닭발을 사 먹고 싶고 평생 두부만 먹어도 좋을 만큼 사랑하는 두부를 원 없이 먹고 싶다. 닭발 말고도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나 많다. 네 번이나 임신했지만 약 40주 동안 단 한 번도 먹고 싶은 걸 먹은 적이 없다. 그래서 아직은 눈을 감을 수 없다. 정말 맛있는 제육볶음이나 돼지두루치기를 이름난 기사식당에 가서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하루하루 못 살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죽을 용기가 없어서 억지로 살았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네 명의 아이들을 둔 엄마이면서도 매일 죽음을 꿈꾸었다. 밤이면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정신 줄을 붙잡곤 했다. 못 먹을 것 빼곤 무엇을 해 주든 먹기 싫단 투정 없이 잘 먹고 천사같이 예쁘게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곤히 잘 자고 냄새 없는 바나나를 쭈욱 한방에 뽑아내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엄마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빼는 것은 건강하다는 징표니까 말이다. 우리 집은 첫 째 아이 뒤로 세 살 두 살 두 살 터울로 동생들이 줄줄이 더 태어났다.
나도 보통은 아니다. 임신하면 먹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많다고들 한다. 한밤중에라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서 사다 주는 남편들 참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못 사 주는 남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아릴까.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따뜻한 위로의 온기를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돈이 부족해서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맛있는 배달음식 한 번을 못 시켜주는 남편들의 속상함을 너무나 안다. 가끔 아니 꽤 자주 많은 날 나도 그렇다. 가슴 한쪽이 콕콕 찌르듯 듯 아파서 정말 미쳐 버릴 것만 같다. 한겨울 얼음길 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져 있던 그 순간처럼 엄청 앳지 없게 느껴진다. 돈이 없어 아플 수 있지만 혼자 있으면 고독사 할 수 있다. 실제로 홀로 계시다 뒤늦게 눈감으심이 발견되어 외로운 천국행 기차를 타신 분들도 있지 않은가. 돌고 도니 돈이다. 집 나간 돈이 돌아오는 날을 바라며 지금 혼자가 아니라 아내나 아이들이 옆에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사시길 바란다.
이 세상에는 남의 가정에만 있는 것 같은 것 딱 두 가지가 있다. 웬수 같은 돈과 365일 변함없이 자상한 남편이다. 옆 집 앞 집엔 많은 돈이 우리 집에는 없다. 여섯 식구의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오로지 남편의 벌이에만 의지하고 있다. 남편은 일하고 세금을 억수로 많이 내는 연방정부 공무원이고 아내인 나는 백수이다. 언제든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 배달시켜 먹을 수 있으면 돈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싶은 음식이 닭발 순대 제육볶음 치킨 떡볶이 라볶이 쫄면 냉면 탕수육 짜장면 족발… 모두 배달음식이라 그런지도. 돈은 있지만 늘 부족하다. 항상 배가 고프다. 팁을 내고 발암물질 천지인 짜디짠 음식들을 굳이 주문 배달받아먹고 싶지 않다. 팁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짜기만 할 뿐 맛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 음식들을 배달시켜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생활비가 얼마나 절약되는지 모른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 그것도 외할머니 입맛인 것이 괴롭지만 고맙다. 마흔다섯 살인데 먹고 싶어도 못 먹으니 괴롭고 그래도 열 살 열한 살 까지는 외할머니 밥을 먹어서 고맙다. 그 밥힘으로 밥심으로 지금까지 살았다. 꾸역꾸역인지 아등바등인지 둘 다인 꾸아꾸바겠지만 아무튼 살아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제발 다 먹고 천국에 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꼭 작가가 되고 싶다.
제육볶음에 닭발과 두부가 너무 먹고 싶다. 두부는 지지고 볶지 않아도 생이라도 하루 삼 시 세 끼도 먹을 수 있다. 작가만 된다면. 정말 보통은 아니다. 속으로 삭이면 골병든다. 아니 참으면 언젠가는 터진다. 글로 쓰고 책으로 (대박) 터져 다행이지만 임신한 분들은 먹고 싶은 건 먹어야만 한다. 결혼식의 스드메만큼 40주의 음식만은 꼭 충족되어야만 한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먹고 싶은 음식만큼은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우리 엄마도 나도 우리 딸들도. 꼭 임신하지 않아도 이 우주 모든 여성들이 말이다.
한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겠지만 남편에게 단 한 번도 임신 중에 먹고 싶은 것을 말한 적이 없다. 남편이 출근하고 없는 낮에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말하곤 했다. 닭발 순대 제육볶음 두부찌개 어묵떡볶이 쫄면 라볶이 냉면 등 말하자면 이 글 끝까지 다 메뉴판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임신 40주를 네 번 거치면서 혼자서 상상특식을 먹었고 한국 음식에 대한 마음을 견뎠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못 참겠고 문득문득 화가 난다. 일월이면 마흔여섯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못 먹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만 하는가.
송은이 김숙 언니는 말했다. 아등바등 살지 마! 그런데 언니들 아등바등 살아도 좋으니 한국에 살며 은이 세끼 마음껏 먹고 싶어요! 은이 세끼 없는 세끼 내게 너무 나쁜 세끼 밥맛없는 세끼. 풍비박산 산전수전 공중전 아비규환 폭풍전야 매일태풍 통곡의 늪 천로역정 꾸역꾸역 아등바등…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여기저기 몸이 아픈 곳이 많지만 아직 마흔여섯이니 괜찮다. 하지만 엄마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니 안 괜찮다. 엄마 수발러로 살며 닭발 족발 쫄면 냉면 두부 등 끝도 없지만 먹고 싶은 음식 먹으며 살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나를 위한 하루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그보다 더 먹고 싶은 게 많아서 나는 살고 싶다. 정말 간절히… 상암동 비보 사옥 어로드카페 점장님의 소개팅 결과가 궁금해서라도 꼭 한국에 가서 다 먹을 거다. 딱 기다려 은이 세끼! 어로드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