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라마의 밤, 잃어버린 것들
— 지난 이야기 —
토토를 잃어버린 날부터,
다혜의 시간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어요.
엄청 수다스럽고,
귀가 이상하리만큼 큰 룰루홉을 만났고,
베들레헴으로 향하던 마리와 요시를 만나
함께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제,
그들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작은 마을에 도착했답니다.
그들이 머문 작은 마을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낮 동안 사람들로 북적이던 길도 해가 지자 금세 숨을 죽였지요.
이곳의 이름은 라마였습니다.
작은 집들 사이로 희미한 등불이 켜졌고, 바람에 실린 풀 냄새가 골목을 채웠습니다.
“오늘은 이 마을이 좋겠어요. 이젠 진짜 한 걸음도 못 옮기겠어요…… 괜찮지요, 요시?”
마리의 말에 요시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습니다.
다혜는 마리와 요시를 빤히 바라봤습니다.
엄마, 아빠 생각, 토토 생각, 그리고 얄밉던 동생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일행은 한 농가로 들어갔습니다. 집주인은 인심 좋은 노인이었고, 잠시 망설이다 넓은 방을 내어주었습니다. 자기 식구들은 안쪽 좁은 방으로 들어갔지요.
집 반대쪽 끝에는 짐승들을 두는 마구간도 있었는데, 늙은 나귀 한 마리가 조용히 묶여 있었습니다.
요시는 말없이 그 옆에 나귀를 매어 두었습니다.
밖에서는 저녁을 앞두고
목동들이 짐승 떼를 몰아들이는 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날 밤 다혜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둡고, 아무도 없는 곳.
그곳에 작은 토끼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토토……? “
고개를 숙인 듯한 토토 모습이
괜히 슬퍼 보였습니다.
“너… 너무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다혜는 안아 주고 싶었지만
왠지 쉽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토토가 고개를 들며 말했어요.
“날 잊은 거야?”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요.
토토는 조금씩 멀어졌고,
다혜의 발은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토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창 안으로 비출 때,
다혜는 눈을 떴습니다.
꿈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볼에는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 다혜 울었어?”
룰루홉이 다가와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습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나 아주 옛날에 버려진 적 있어.
그때 엄청 많이 울었거든!
외롭고 무서워서 말이야.
근데 생각해 보면, 그때 진짜 웃겼어.
상자에 쏙 들어 있었는데 덜컹—하고! 그러니까 내 말은…….”
다혜는 고개를 돌렸어요.
“그런 얘기… 재미없어.”
룰루홉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귀를 흔들며 억지로 웃었습니다.
“에이~ 그게 아니라,
슬픈 일도 다 지나고 나면 말이야……”
다혜는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 마리에게로 갔어요. 마리와 요시는 벌써 일어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지요. 룰루홉은 괜히 미안해졌습니다.
라마의 아침은 분주하고 활기찼습니다.
사람들은 베들레헴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마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르곤 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서둘러야겠지요?”
마리의 말에
요시는 말없이 고삐를 고쳐 잡았습니다.
룰루홉이 다시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자! 오늘은 대이동의 날이야!
베들레헴까지—베들레헴아,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룰루홉이 나가신다~!!”
“그........ 그만해.”
다혜의 목소리가 딱딱했어요.
룰루홉도 입을 다물어 버렸어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라마를 벗어나며
다혜는 마지막으로 마을을 한 번 돌아봤습니다.
그때,
아주 잠깐.,
익숙한 냄새가 스쳤습니다.
햇볕에 말른 얕은 천 냄새,
꼭 안고 있으면 풍기던 냄새.
다혜의 걸음이 멈췄습니다.
괜히 코끝이 찡해졌지요.
“……토토?”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지요.
그저 바람만 조용히 골목을 지나갔습니다.
다혜는 고개를 흔들곤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라마 어딘가에 남겨진 듯 가볍게 아렸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베들레헴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