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토끼

4화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목

by INB Mr



길은 점점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기를 반복했습니다.

해는 이미 기울었고, 먼지 낀 하늘은 붉은빛과 회색이 섞여 있었습니다.



“날 보는 사람을 또 만나다니…….”

룰루홉이 귀를 파닥이며 말했어요.



“이건 진짜 흔치 않은 일이야.

원래는 이렇게 자주 일어나면 안 되는데 말이야. “


룰루홉은 잠깐 말을 멈추더니,

요시 쪽을 힐끗 보았어요.


“근데, 이상하지 않아?

왜 저 남자는 끝까지 날 못 보는 거야. 혼자만?”


룰루홉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어요.

“흠… 뭐, 세상일이 다 계획대로만 되는 건 아니니까.”

.


“왜?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어?”

다혜가 묻자,


“음...... 그건....... 말할 수 없어......”


그 말에 마리와 다혜가 쿡쿡 웃으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어요.


“수다쟁이라고 하더니, 이럴 땐 비밀이군요, 일부러 신비로운 척하는 건 아니지요?”

마리가 밝은 표정으로 배를 보듬으며 말했어요.


“참, 요시, 이제 슬슬 근처 마을을 찾아야 할까 봐요.”

그 말에 요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삐를 고쳐 쥐었어요.


“와아~! 역시 밤공기! 최고야!”

룰루홉은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신이 나 말했어요. 몸을 빙글 돌자, 커다란 귀가 망토처럼 펄럭였지요.


“낮엔 발바닥이 다 익는 줄 알았는데, 밤엔 또 이렇게 시원하다니까? 인간들은 참 불편하겠다.”


“좀 조용히 가면 어때?”

다혜가 나직하게 속삭였어요.


그사이 요시는 앞장서서 나귀를 끌고 천천히 마을 어귀로 들어섰습니다. 다혜와 마리도 그 뒤를 따랐지요.

“미안, 미안해! 근데 이런 날씨엔 수다를 안 떨 수가 없다니깐?”


룰루홉은 잠시 말을 멈추곤, 귀를 쫑긋 세웠어요.

바람 소리 사이에, 무언가 다른 소리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 짐 소리, 사람들 소리, 꽤 많은데??”










잠시 뒤, 반대편에서 한 떼의 무리가 일행들을 지나쳐 갔습니다.

짐을 가득 멘 나귀들, 아이 손을 꼭 붙잡은 어른들, 얼굴에 피로가 가득한 사람들까지 섞여 있었지요.


“베들레헴 쪽은 자리가 없다던데?”

“인구 조사 때문에 사람들이 몰렸다더군.”

“군인들까지 몰려오면서 더 복잡해졌다던데?”


짧은 말들이 서로 엇갈리며 흘러갔어요.



“마리, 배는 괜찮아요?”

다혜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응, 조금만 쉬면 돼.”

마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힘이 들어가 있었지요.


말을 이으려다,


“……후.”


배를 움켜쥐고 멈춰 섰습니다. 요시는 말없이 고삐를 당겨 나귀를 멈춰 세웠습니다.

다혜는 괜히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마리, 아픈 건 아니에요?”

다혜의 목소리가 살짝 날이 섰습니다.

마리는 잠시 생각하다 빙그레 웃었습니다.


“조금씩 신호를 보내는 거야. 아기가.”


“그럼… 지금 낳을 수도 있어요?”


“글쎄......”


마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아직은 아니길 바라지만......”



룰루홉이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어요.

“아~ 아기 낳는 얘기구나? 그건 내가 전문가지!”



“네가??”


“그럼, 토끼들은 말이야, 아기를 아주 많이 낳아!”



룰루홉이 손가락을 허공에 휘저으며 말했어요.

“한 번에 서너 마린 기본이고, 어떤 땐 여섯 마리, 어떤 때는 열 마리도 넘게 낳아!


숨 고르고, 힘주고,

또 숨 고르고, 힘주고,

그러다 이얏!! 하면—짜잔~!!”



잠시 후, 룰루홉은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덧붙였어요.


“무......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토끼들 얘기지, 내 얘긴 아니야.”


괜히 엄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어요. 그 사이 산길은 낮은 돌담으로 이어진 길로 바뀌었어요. 길 양옆으론 올리브 나무들이 가지런히 서 있었고, 언덕 너머로 밝은 빛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룰루홉이 걸음을 멈췄었어요. 수다스럽던 얼굴이 잠깐 굳었지요. 두 귀가 천천히 위로 올라왔어요.



“……어 어?”



다혜가 뒤를 돌아봤어요.

“왜? 또 뭐 들려?”



“아….. 아니야!”


룰루홉이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어요.


“그냥, 별도 많고, 벌레 소리도 좋아서.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니까?”


룰루홉은 말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놓친 것처럼, 길 아래쪽을 잠깐 내려다보았어요.


하지만 곧 씩 웃으며 다혜 쪽으로 달려왔지요.


“자자, 얼른 출발합시다! 나귀도 지쳤고, 배도 고프고, 모두에게 피곤한 날이잖아!?”


룰루홉은 귀를 흔들며 앞장섰고,

다혜와 마리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지요.


그때, 반대편에서 한 떼의 무리가

일행들을 스치듯 지나, 베들레헴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 더미 틈에서,

작은 인형의 귀 하나가 어울리지 않게 삐쭉 나와 있었지요.









하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채,

그 무리는 점점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갔습니다.








이 이야기가 처음이라면
이 여행의 시작을 잠시 돌아보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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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