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토끼

9화 ― 갈라진 어둠, 울려 퍼지기 직전의 밤

by INB Mr





베들레헴 변두리, 해가 거의 넘어갈 즈음이었어요.

토토는 이제 예전의 헝겊 인형이 아니었어요.

몸집은 커지고, 바닥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그 그림자 속에는 다혜를 향한 날카로운 기운이 담겨 있었지요.


“네가 나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토토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어요.


“날 막을 수는 없다.”



다혜는 이를 악물고 토토를 바라봤습니다.



“날 이용한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그 힘을 얻으려는 거구나.”

다혜는 억지로 몸을 움직여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어요.


온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지요.



“안 돼. 그건 못 가.”



“내가… 내가 막을 거야.”

다혜가 토토의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토토는 잠시 다혜를 내려다보더니, 낮게 웃었어요.

“네가 날 막을 수 있을까?”



그 말과 함께,

토토는 바위처럼 커진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그 순간,



작은 바람이 스치듯 불더니



하얀 형체가 휙 날듯 끼어들었어요.


“야—야—야—야!”


“어린애한테 그런 건 진짜 반칙이야!”

룰루홉이었지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말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지요.


“늦어서 미안!”

“조금 전까지 말이야, 마구간에서 청소하고 있었거든.”



룰루홉은 토토의 주먹을 피해 뒤로 훌쩍 물러나며 말을 이었어요.

“마리랑 요시 도와주느라 정신이 없었어.”

“구유 닦고, 바닥 쓸고, 말이야—”



그러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며 씩 웃었습니다.


“나 안 보이는데도 요시는 계속 말 걸더라?”




“… 멈추게 해야 해.”

다혜가 숨을 고르며 말했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토토의 커다란 주먹이 다시 날아왔습니다.

룰루홉은 말을 하면서도 요리조리 공격을 피했어요.



“쿵!!”



주먹이 땅을 찍자,

바닥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이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말로 하면 안 되냐?”

룰루홉이 뒤로 점프하며 소리쳤어요.



“다자 고자 사람들 있는 마을로 가겠다니—”


토토의 눈이 어둡게 빛났습니다.



“나는 가야 한다.”



“마을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으러.”



쿵쿵쿵!!



주먹이 떨어질 때마다

검은 기운이 땅을 흔드는 듯했지요.


토토가 낮게 말했어요.



“약하군.”



다혜와 룰루홉은 동시에 한 발 앞으로 나섰습니다.

마을로 향하는 그 길을,

두 사람은 끝내 비켜 주지 않았지요.



“너도 별거 없는데???”



룰루홉은 미끄러지듯

주먹을 피하며 씩 웃었지요.



“근데 말이야, 너 정도면… 그리즐리 퍼프 보면 바로 도망갈걸?”




토토의 주먹이 멈칫했어요.




“그 붉은 곰 말이야. 들어본 적 있어?”




룰루홉이 일부러 태연한 척 덧붙였어요.



“덩치 크고, 잘 먹고,


한 번 화가 나면 아무도 못 말리는


그 그리즐리 퍼프 말이야,


넌 걔한테 걸리면 한 주먹도 안 될걸?”




그 말에 토토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었어요.


이번엔 훨씬 빨랐습니다.


룰루홉은 간신히 피했지만, 그만 몸의 균형을 잃어버렸지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토토가 팔이 휘둘렀습니다.



쿵!



이번에 제대로 맞았어요.

룰루홉의 몸이 붕 날았다 벽에 부딪혀 굴렀어요.



“역시 약하군.”



토토가 말했다.



“넌 날 멈출 수 없다.”



룰루홉은 이를 악물고 일어났어요.


두 다리는 떨렸고, 숨은 가빠왔지요.


“알아.”


그가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어요.



“사실 난 이기는 타입은 아니거든.”



그러면서 하늘을 한번 쓱 올려다봤어요.



그 순간, 토토가 다혜를 향해 손을 뻗었어요.




검은 기운이 다혜를 덮치려는 순간—



“그건 진짜 반칙이야!”



룰루홉은 빛처럼 몸을 던졌고,


토토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냈지요.


그 순간, 뚝— 하고 뼈가 꺾이는 소리가 났어요.


“으악~!!!”


룰루홉은 쓰러졌고,

더는 뛸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어요.



토토가 천천히 다가왔어요.



“끝이군.”


룰루홉은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어요.



“헉..... 헉..... 그...... 그건 끝까지 가봐야 할걸?”



그때였어요.



아주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퍼져 나가는 분위기가 들었어요.



대기의 결이 달라졌지요.



바람도, 풀벌레 소리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무언가 바뀌어 버렸어요.



토토의 몸이 흔들렸어요.



“뭐...... 뭐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그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룰루홉의 귀가 번쩍 섰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는 뭔가를 느꼈어요.



토토는 마지막 힘을 다해 주먹을 들어 올렸어요.

그렇게 일격을 내리치는 순간!!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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