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토끼

10화. 왕이 오신 밤

by INB Mr






토토는 갑자기 힘이 쭉 빠진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자신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지 못했지요.




커다랗게 부풀었던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조금씩 잦아들었어요.

어느새 스르륵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지요.

작은 헝겊 인형이 되어 축 늘어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움직였습니다.


“다..... 다혜야… 살려줘.

다시 나에게 자유를 줘. 우린 친구잖아..... 제발.....?”


목소리는 점점 더 잦아들었지요.

그는 발버둥 치듯 간신히 다혜 쪽으로 기어 왔어요.


이제는 다혜의 발목을 붙잡을 힘도 없었지요.



다혜는 토토와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생일날 토토를 처음 만났던 날,

밤마다 토토를 꼭 안고 자던 기억,

혼자 있을 때 말을 걸어 주던 목소리까지 가슴이 아려왔어요.



“하지만…”



다혜는 숨을 한 번 크게 쉬었어요.



“넌 더 이상 예전의 토토가 아니야.”



그 말과 함께,

인형 속에 깃들어

마지막 어둠의 기운이

바람처럼 흩어졌어요.



토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평범한 헝겊 토끼로 돌아왔지요.


다혜는 조심스레 인형을 내려다봤어요.


그리고 고갤 돌려 룰루홉에게로 달려갔습니다.

비틀거리는 룰루홉을 부축해 일으키며 물었어요.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뭐? 괜찮냐고?

당연하지?


내가 걷고 뛰는데 전문가라고!!




아이고! 아얏!!”




절뚝거리면서도 룰루홉은 쉬지 않고 말을 뱉어냈어요.


그렇게 둘은 분주한 베들레헴 거리를 걸었어요.

어느새 양 떼들의 울음소리도 잦아들고

하늘에 별들은 반짝거리고 있었지요.



분주했던 분위기도 어느새 평화롭고 고요했지요.



다혜는 걷다가 중얼거렸어요.



“아기는 태어났을까?”




그때 희미하게,



멀리서 팡파르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바람에 섞여 분명치는 않았지만,

뭔가 들리는 듯했지요.




“지금… 나팔 소리 들리지 않았어?”



룰루홉이 깜짝 놀랐어요.


“너 그 소리도 들려? 진짜, 너 좀 연구 대상인데??”



“왜? 무슨 소린데??”




“아, 그게....... 그분이 오신 거야.”



조금 뜸을 들이던 룰루홉이 말했어요.




“그렇게 왜 내가 진작 몰랐을까?



그렇게 기다렸던 일인데......”



“그분이라니?? 누구 말이야? 누가 왔어?”




다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어요.


그러자 룰루홉은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응, 그분이 오셨어. 우리 왕.”




어느새 어두움이 밀려가고,

어스름한 새벽빛이 비쳐오고 있었어요.

베들레헴은 고요했고, 평화로웠습니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지만, 이미 도시는 달라졌습니다.















에필로그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시장 한복판이었어요.

처음과 똑같았지요.

북적이는 시장 거리,

소란스러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뒤섞인 음식 냄새들까지...




돌아와 버린 거예요.



“다혜야!”




엄마의 목소리가 들었어요.

다혜는 달려가 엄마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왜 그래? 갑자기?”



엄마가 다혜의 얼굴을 빤히 들려다 보며 물었어요.


“토토 보고 싶어? 비슷한 인형이라도 살까?”



그러자 다혜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어요.


이제 더 이상 토토는 필요 없어요.


모든 일 다 마음대로 될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쿠키




“괜찮겠지?


다혜? 혹시 날 잊으면 어쩌지?


그래도 그동안 우리 정이 많이 들었는데 말이야.


내가 좀 더 어필을 할 걸 그랬어.

나 잊지 않도록 말이야. 아 진짜 잊으면 섭섭한데......”





룰루홉이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다혜를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쉿!”




굵은 목소리가 대답했어요.



그 소린 마치 거대한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그르렁 거렸지요.







크리스마스의 토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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