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토끼

8화 ― 요란한 오후, 갈라지는 그림자

by INB Mr






베들레헴의 오후는 유난히 시끌벅적했지요.

원래도 사람들이 오가던 도시였지만,

인구 조사가 시작되자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어요.


여관 앞에는 짐이 쌓였고, 주인들은 계산하며 소리를 높였지요.


동전 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 묘하게 들떠 보이기도 했어요.



“죄송합니다, 방은 다 찼어요.”



“여기도 안 됩니다.”



요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어요.

마리는 벽에 잠시 몸을 기대었지요.


숨이 고를 때마다 얼굴이 창백해졌고, 손은 자꾸 배 쪽으로 갔어요.



“괜찮아?”



요시가 낮게 물었지요.



“조금만… 쉬면 돼요.”



룰루홉은 발을 동동 굴렀어요.



“아, 진짜 답답하다. 이렇게 집이 많이 있는데 방 하나 구할 수가 없어?”


그는 귀를 쫑긋 세웠어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지요.



“이쪽은 다 찼고, 저쪽도 만원이고,

음..... 저 너머엔 애들에 염소,

어린 양도 두 마리나 끼어 있잖아......


아 도대체 빈 방은 어디 있는 거야??”



하지만 어디를 들아봐도 상황은 비슷했어요.



모든 방은 꽉꽉 들어찼고, 사람들은 분주했지요.


요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곤,

마리를 볕이 드는 담장 밑에 앉혔어요.



그녀의 어깨를 몇 번 쓸어주었고,

마리도 요시를 올려도 보았어요.

룰루홉은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녔지요.



“만일 네가 진짜 마리 곁에 있다면 잠시만 그녀를 돌봐줘. 잠시면 돼.”


요시가 빈터를 향해 말했고,

근처에 있던 룰루홉이 돌아봤어요.



“뭐? 뭐라고 했어?

지금 나에게 말한 거야?

이제 너도 뭐가 들려? 이제야 내가 좀 보이는 거야??”


요시는 말없이 인파 속으로 사려져 들어갔어요.

얼마나 걸었을까, 복잡한 시장통을 지나 사람들이 뜸한 골목 끝 공터를 발견했어요.



요시는 골목 끝 공터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말없이, 꽤 오래동안……..


입술이 아주 가끔씩 움직였습니다.


“아도나이......”


그 말은 바람에 섞여 사라졌고,


땅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이

보이지 않는 물결처럼 퍼져 나갔습니다.



룰루홉이 뒤 귀를 쫑긋 거렸습니다.

“어…?”


마리가 힘겹게 고갤 들었지요.


“요시는 언제 오지? 어딜...... 간 거야?”


마리의 말에도

룰루홉은 대꾸 없이 멍하니

복잡한 인파 속을 바라봤어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바뀐 듯했어요.


잠시 뒤, 요시가 돌아왔을 때,

마리는 여전히 힘들어 보였지만 눈빛은 조금 달라졌어요.


“요시… 어딜 다녀온 거예요?

우리만 두고,


그런데 좀 좋아졌어요.


마음이 왠지 편안해졌어요.”



룰루홉은 다시 귀를 세웠어요.



“쉿! 잠시만........ 어?


이쪽에 뭔가 텅 빈 기척이 들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 멀지만..... 아직 비어 있는 것 같아!”



룰루홉은 일행을 돌아보며 먼저 달려갔고,


두 사람도 룰루홉을 따랐어요.


그곳은 작은 여관이었어요.

주인은 정신없이 손님을 맞다가 고개를 갸웃했지요.


“빈 방은 없는데…”


여관 주인은 마리를 힐끗 보곤 다시 말했어요.


“상황은 딱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진짜로 방은 없어요.”


그때 지나가던 시종 아이가 대답했어요.


“주인님, 오늘 새벽에 군인들이

소집 걸렸다고 갔잖아요.


마구간 딸린 방이 비어 있어요.


좀 더럽긴 하지만......”


“아..... 맞다, 오늘 새벽에 떠난다고 했었지? 깜박했구나……

그래 그게 그 방이 비긴 했지만 거긴.........”



“감사합니다. 그곳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아내가 곧 출산할 듯해서,

그곳이라도 사용하게 해 주십시오.”


“청소도 해야 하고.... 지금 때가 때라, 비용은 일반 숙소와 비슷한데.......”


요시는 고갤 크게 끄덕이곤,

돌아서 마리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빙긋 웃었습니다.


“거봐~! 내가 분명 비어 있다고 했잖아.


이 귀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야. 저 멀리 100km 떨어진 소리까지도 잡아내는......... ”


긴장이 풀린 룰루홉의 수다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셋은 여관 주인이 안내해 준 마구간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베들레헴 변두리에서는

다혜가 토토를 안고 걷고 있었지요.

해는 기울었고, 골목은 길게 그림자를 늘였어요.


토토는 예전과 똑같았지만,

뭔가 달라진 느낌이었어요.

다혜는 그런 토토를 더 꼭 끌어안았어요.

그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자꾸 생각들이 흘러나왔어요.


‘아무도 널 찾지 않아.’

“그래, 맞아. 아무도 날 찾아 않아.”


‘혼자인 게 더 좋아.’

“그래, 혼자인 게 더 좋아.”


“아니, 아니야.

마리는 괜찮을까?

룰루홉은?

룰루홉이 내 걱정하면 어쩌지?”



다혜는 고개를 저었어요.


하지만 발걸음은 자꾸만 마을 밖으로 향했지요.


‘아무도 널 찾지 않잖아?

만일 찾았다면 벌써 왔을 걸’


가슴이 답답했어요.

다혜의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그 순간, 토토의 눈이 아주 잠깐 번뜩였어요.

놀란 다혜가 뚫어지게 내려다봤지만,

토토는 여전히 인형처럼 가만히 있었지요.



“토토…?”



다혜가 숨을 죽였습니다.

그때 토토가 몸을 비틀며 일어났어요.

그러자 작은 헝겊 인형은 천천히 몸집을 키웠지요.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낮은 웃음이 다혜를 스쳐 지나갔어요.



“고맙다. 네 슬픔 덕분이야.”

“하지만 이제 난… 내 길을 가야 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거든.”


토토가 그르렁 거리듯 나직이 말했어요.

“사람들의 원망, 슬픔, 불평, 그 마음들이 날 더 강하게 해 줄 거야.”



다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몸이 굳은 듯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