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에서 주인공이 짧게 말한 하이쿠. 일본의 대표적인 시 양식 하이쿠를 나는 최근에 알았다. 5.7.5 전체 17자로 쓰는 시. 바쇼는 언어유희에 머무를 뻔한 하이쿠를 예술과 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일본의 국민시인이다. 번역자 류시화는 바쇼의 하이쿠를 읽으려고 일본어를 독학했다고 한다.
“떠나면서 남길 말은 없어?”
“넌 아직도 말로 우리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어?”
하이쿠는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404p
하이쿠를 처음 접하는 나에게도 바쇼의 하이쿠는 새로운 시적 경험이었다.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열일곱 글자가 보이는 것처럼 들리는 것처럼 만져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일렁거렸다. 바쇼의 하이쿠를 읽으며 내 마음은 어느새 나의 하이쿠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