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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11. 2020

알바생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나란 인간

<고기로 태어나서>의 작가 한승태, <인간의 조건>

독서일기를 꽤나 소홀했던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복직을 하고는 매주 읽고 쓰는 게 더 쉽지가 않다. 지난주 금요일은 심야책방에서 영화보는 핑계로 마음편히 보냈는데 이번 주도 핑계거리가 없을까 하는 불손한 생각이 잠깐, 아주 잠깐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쓰는 인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쓰는 인간’이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갈 길이 멀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쓰기 전 한승태 작가가 쓴 <인간의 조건>, 이런 글을 쓰는 작가님 정말 만나보고 싶다.



이것이 리얼리즘인가


<인간의 조건>을 읽고 있으면 체험 삶의 현장, 극한 직업을 보는 기분이다. 당시 20대 후반의 건장한 작가가 온갖 막일 현장에서 겪은 일을 리얼100+알파와 오메가로 보여준다. 꽃게잡이 배 타는 이야기리얼하다못해 낭만적일 지경이다. 2부 주유소와 편의점 이야기는 쉽게 상상이 됐다. 대학 졸업하고 한때 주유소에서 몇 달 아르바이트를 해봐서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때도 시간별로 나간 기름값을 계산해서 마이너스가 나면 그 시간 알바생이 메꾸어넣었다. 플러스가 나면 그냥 넘어갔다. 대학까지 나온 주제에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부당하다는 생각을 못했으니, 그럴 때 대학에서 배운 건 다 현실에서는 별 쓸모없는 것이었다. 주유소는 원래 그렀다길래 그런 줄 알았다. 새벽 알바 시간에는 사장이 태워줬는데 벤츠를 그때 처음 타보고 나는 사장이 벤츠도 태워주는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아, 바보다 바보! 돼지 사육장 이야기도 재밌다. 동시대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인 세상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비현실이고 아마 그 세상에서 살 가능성은 앞으로도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철밥통 공무원인 한.  

   

학교에서 동아리 학생들을 데리고 합천 해인사엘 갔다 오는 길에 집을 지나쳐 카페에서 나머지 부분을 읽었다. 시원한 토마토주스를 쪽쪽 빨아마시며 ‘딴 세상’ 이야기에 빠져 키득거리다 양심을 가책을 느끼기도 하고 ‘나라면’을 대입해보기도 하며 독서를 만끽한다.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인간다운 삶인가. 카페에서 여유롭게 딴세상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다움을 만끽하는 삶. 부자여서 착한 것과 비슷한. 인간다운, 교양있는 나는 마지막까지 교양있게 빈 잔을 손수 카운터로 가져다주며 안녕히 계세요 인사까지 하고 나온다. 아니,


... 

내 차 주차한 곳에 쇠사슬을 걸어놓아 차를 뺄 수가 없다. 건물에서 카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아, 저 여기 카페 주차장 아닌가요? 차를 못 빼게 쇠사슬을 걸어놨는데.”

“아, 네? 무슨 말인지? 잠깐만요...아, 나가볼게요.”

“여기 카페 주차장 아닌가요?”

“아, 이런 적이 없는데...”

종업원이 미적거리기만 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순간 속으로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에이 씨, 뭐야 이게! 빨리 좀 어떻게 해주든가 바빠 죽겠구만.’


1분 전만 해도 교양있고 느긋한, 바쁜 일이 전혀 없던 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알바생을 함부로 대하는, 손님만 되면 나도 모르게 왕이 되고 마는 나란 인간, ‘쓰는 인간’이고 뭣이고 인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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