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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13. 2020

글쓰기가 뭐라고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

책 읽는 게 좋아서 읽기만 하다보니 뭐든 끄적여보고 싶고, 쓰고 싶고, 책에서 읽은 것들 정리도 해보고 싶고, 내 생각과 마음도 정리해보고 싶고...그런데 혼자서는 잘 못하겠고.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2018년 5월 25일, 그러니까 꼭 2년 전이다. 독서일기클럽을 시작한 날. 닉네임 좋은날, 봄단장, 그리고 나. 셋이 모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그리고 6월 1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꼭 해야겠다는 의지보다 지금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자연스러운 등 떠밀림 같은 것, 되든 안 되든 어떻게든 흘러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혹은 자유분방한 책임감 같은 것이 있었다.


시퍼렇던 감이 볕도 쬐고 비도 맞으며 홍시가 되지 않을 수 없듯,

엄-마 엄-마 듣기만 하던 아기가 엄-마 말을 하게 되듯,

수도꼭지를 틀어놓으면 양동이에 물이 흘러넘치듯 책이란 게 읽기만하다보면 쓰고 싶어지는 게 순리인지 나도 글을 쓰고싶어졌다. 매주 책을 읽고 함께했던 나의 글쓰기 동지들인 그녀들이 있었기에 꾸준히 쓸 수 있었다.       



글쓰기 고통에 속지 말고 소확행 취미로 글쓰기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이렇게 계속하면 되는지, 나의 글쓰기 동지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찰나 강준만 교수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글쓰기가 뭐라고>를 만났다. 월간 <인물과 사상>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강준만식 글쓰기의 열렬한 팬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고통’에 속지 말고 글쓰기를 소확행 취미로 삼으라고 한다.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고 한다.     


학생들과 글쓰기모임을 하고 계시다는 강준만 교수님의 글쓰기 책


공부가 습관이듯이, 생각도 습관이다. 당신이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해서 생각하는 습관도 갖기 어려울 거라고 속단하지 마라. 당신은 이미 당신이 좋아하는 일에선 지나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글쓰기는 공부가 아니다. 어떤 삶이건 당신의 삶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로, 글쓰기는 자기 사랑이다. 39p    


나는 글을 쓰면서 얼마나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글을 쓰면 안 쓰는 것보다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이런저런 성찰을 해본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 문학적 글쓰기를 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강준만 교수님이 학생들과 글쓰기모임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우리 독서일기클럽과 닮아서 재밌기도 했다.     



나는 글쓰기 특강을 할 때에도 더불어 같이 공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건 괜한 겸양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나의 특강 방식은 학생들이 미리 쓴 글을 모든 학생이 공유하면서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나의 ‘지적질’이 특강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독자로서 내 생각을 말하는 방식이었을 뿐 그 어떤 ‘권위’도 내세우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나도 잘 모르고 지키지 못하는 것들을 내게 반복해 말하는 자기 공부의 과정이기도 했다. 물론 학점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비정규 과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11-12p    


각자 책을 읽고 써오는 독서일기클럽의 그녀들


책을 읽는 동안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어쩌면 삶을 위한 글쓰기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강준만 교수님이 우리 독서일기클럽에 오셔서 ‘글쓰기가 뭐라고’ 한말씀 해주시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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