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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15. 2020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문, 이과를 결정하는 고1 말부터 수포자+과포자의 길로 들어섰다. 수학, 과학 덕분에 나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sky는 갈 수 없었다. 수학, 과학을 몰라도 사는 데 불편한 건 별로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학, 과학을 모르고 늙어갈 것이고 죽을 때까지 수학, 과학 몰라도 잘 살 것이다. 나도 그럴 수 있었는데... 문제는 내 주변에 괜찮은 과학 선생님이 많았다는 것. 그들이 좋아하는 과학이 궁금했다. 어떻게 과학을 좋아할 수 있지? 나도 과학책을 한번 읽어보리라. B.U.T 내가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 거의 없었다.


정말 재밌는 과학책. 이정모 님 그림과 똑같이 생겨서 신기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은 짧은 책 소개글을 보고 바로 사서, 바로 읽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고등학교 때 반에서 40등 하다 재수해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진학. ‘생화(꽃)’를 연구하는 과인 줄 알고 갔단다. 역시 과학 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다. 놀고도 sky를 가다니. 떠들고 만져도 되는 박물관을 지향한다니 이정모님이 운영하는 과학관도 한 번 가보고 싶다.     



하루에 스무 시간을 잔다. 왜 이렇게 자는 걸까? …… 해답은 코알라가 매달려서 졸다가 먹다가 하는 나무에 있다. 그 나무가 바로 유칼립투스. 코알라는 오로지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산다. 유칼립투스에는 알코올 성분이 있다. 그러니까 코알라는 하루 종일 취해 있는 셈이다. 14p   


책에는 재밌는 과학 지식들이 많이 나온다. 타임머신과 타임슬립의 차이,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보다 헤어드라이어의 전자기파가 10배나 에너지가 높다는 것, 휴대전화의 발암 등급은 김치의 발암 등급과 같다는 것, GM 모기의 개발, 세계 4번째로 화성에 우주선을 보낸 인도가 우주선 개발에 들인 돈은 불과 768억 원, MB가 4대강에 투자한 22조 원이면 인도 우주선 망갈리안 300대를 화성에 보낼 수 있었다는 것 등. 털보 관장님이 글을 재밌게 써서 그런지 지루할 틈이 없다. 나도 모르게 킥킥대고 웃는다. 과학 시간에 이렇게 배웠다면 더 좋은 대학엘 가서 인생이 달라졌을까?   

    

과학책 한 권을 다 읽고 뿌듯하게 책장을 덮는다.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나의 뇌도 리셋되어 책에서 읽은 과학지식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소설 줄거리나 시 구절은 책장 덮어도 기억나는데 역시 나는 문과 체질이다. 안드로메다로 간 지식은 어쩔 수 없고 뇌 속 필터를 거르고 남은 것은 과학으로도 세상을 읽을 수 있고, 어쩌면 과학으로 읽은 세상이 문학으로 읽은 세상보다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이다.  



구달 박사가 트럼프에게서 수컷 침팬지를 떠올린 까닭은 이러하다. 수컷 침팬지는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해 발을 구르고 손으로 땅을 치고 나뭇가지를 휘젓고 돌을 던지면서 위협한다. 수컷 침팬지는 이런 과시 행동을 통해서 지배자인 알파 수컷이 된다. 그리고 지배자로 오래 남기 위해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과시 행동을 더 활발하게 해야 한다. 대부분 허세다. ……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는 점잖아질까? 아니다. 한국과 일본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철회하고 멕시코 국경에 담벼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과시 행동을 발굴할 것이다. 84~86p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전에 했던 과학자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 표지를 다시 보면 제목보다 좀 작은 글씨로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이라는 부제가 있다. 털보 과학관장이 온갖 과학지식을 끌어와 분석하는 세상물정도 결국 상식을 가진 시민이 보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4대강의 그 남자와 503호의 그 여인은 과학적 분석으로도 이상한 개체임이 밝혀진다.    

 

과학은 의심하고 질문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156p     


결국 책에서 말하고 싶은 과학의 정신은 이것이 아닐까.     


우리는 항상 세 가지를 의심해야 한다. 자신의 눈, 자신의 기억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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