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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Jun 21. 2020

울적할 때는 바나나

지멘지 준코, <감정 청소>

마음이 바쁘다. 복잡하고. 뒤죽박죽. 헝클어진 것 같고. 매듭을 찾아야 하는데.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차근차근 풀어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나는 쉽게 울적해지지는 않지만 스트레스에 약하다. 비염, 알러지, 두드러기, 염증 등 면역력과 관계되는 질환들이 늘 따라다니고 쉽게, 깊이, 푹 자는 날이 흔치 않다. 한동안 잘 잔 것 같았는데 환절기 알러지와 함께 또 쉽게,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뇌가 늘 깨어 있는 듯한 기분은 참 피곤하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불쑥불쑥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계속된다. 문제는 쓸데없는 생각들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이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를 좀 쉬게 해야겠다. 


인간관계, 심리 책들에서 얻은 결론은,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섣불리 추측하지 말자는 것이다. 추측하고 뒤에서 담화할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직접 물어보는 게 낫다. 이 방법을 몇 번 써봤는데 정말 홀가분하고 좋았다. 나는 타인을 모른다! 그게 관계에 대처하는 현재 나의 신념이다. 그렇게 해도 개선되지 않는 관계들이 있다. 그런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그 단계는 모르겠다.     


스트레스가 슬금슬금 스며들 때 가볍게 읽기 좋다.


최근 알러지와 함께 관계의 문제가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슬금슬금 나를 공격할 기미가 보인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당신을 위한 멘탈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감정 청소>를 꺼내들었다. 1박 2일 출장에서 거의 못 자고 집으로 돌아와 피로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마침 아이가 쉽게 잠들어 나도 스탠드 불빛 아래 엎드려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책을 다 읽는 데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읽는 동안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울적할 때는 바나나를 먹어라. 바나나는 영양이 풍부하고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체질 개선을 촉진하고 에너지원이 되는 당을 만드는 소화효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아침에 바나나를 먹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11시가 되려면 아직 30분이 남았다. 나는 여기까지 읽고 슈퍼에 가서 바나나를 사와서 일단 하나를 먹었다. 


이미 알고 있는 방법들은 확인하는 차원에서 한번 더 복습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아침 공기를 마셔라. 아침은 ‘푸라나’로 가득 차 있는데 푸라나란 산스크리트어로 ‘호흡’이나 ‘숨결’을 의미하며, 인도 철학에서는 우주 에너지라고 한다. 아침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심신 안정 및 마음의 평안을 가져온다. 지난 해 10월 중순쯤 나는 수술 후 회복기를 가지며 아침 10~11시 사이에 아침 햇빛을 받으며 공원을 산책했다. 햇빛, 새소리,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소리, 적당히 차가우면서도 산뜻한 공기는 순간순간이 감동이었다.    

 


아침에 나무를 만져보는 것도 좋다. 모든 나무는 각각의 나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있어 다양한 치유효과를 가져다 준다. 나무를 만져보며 나무의 살아 있는 숨소리를 느껴보는 것, 꼭 해보고 싶다. 지쳤을 때는 손톱 뿌리를 꾹꾹 눌러주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습관화해야겠다. 샤워는 마사지 효과가 있지만 각성 효과가 있어 아침에, 밤에는 미지근한 물에 20분 입욕이 긴장과 피로를 풀어준다. 너무 뜨거우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교감 신경을 자극해 수면을 방해한다. 클래식을 듣는 것도 좋다. 일상생활에서, 특히 컴퓨터로 업무를 보면 거의 좌뇌를 써서 피로해지는데 클래식은 우뇌를 활성화시켜 지친 좌뇌를 쉬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 달 전쯤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던 모양인데 잠들면서 어렴풋이, 아침에 깨면서 어렴풋이 거실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음이 어찌나 감미로운지 그날은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그 이후 거의 매일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을 켜두고 있다. 클래식의 효과는 실로 크다.     

큰소리를 내는 것도 좋다.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는데 그것이 아주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포츠 관람도 아주 좋은 습관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때면 플러스 셀프토크로 바로 옮겨가는 것도 좋다. 신경쓰지 마, 괜찮아, 잘 될거야 등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인간은 한 번에 2가지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마이너스 사고와 플러스 사고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마이너스보다 플러스 사고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는데 이건 아직 큰 자신이 없다.     


감정 청소가 필요할 때 꼭 맞는 책을 만나 다행이다. 솔직히 이렇게 쓰면서도 복잡하고 뒤죽박죽인 듯한 마음이 깨끗이 정리되지는 않는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바나나, 아침햇볕, 나무, 클래식, 플러스 셀프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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