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이라는 나라
김경희,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를 읽고 한동안 부탄이라는 나라를 검색하는 데 빠져있었다. 자유여행이 불가능한 곳, 한 해 여행객 수를 제한하는 나라, 여행 허가가 나면 나라에서 가이드와 숙박을 제공하는 나라, 왕이 자신의 땅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준 나라,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불교의 나라. 한동안 그러다 잊고 지냈다.
#노르웨이의 수프
블로그 공지글에 댓글이 달렸다. 독서토론모임에 와보고 싶다고. 댓글로 참가를 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르웨이의 수프님께 최대한 친절하게, 상세히 오는 길을 안내하여도 당일 오지 않을 확률이 많다는 걸 알기에 간단히 안내 문자를 남겼다. 당일 당사자는 나보다 먼저 책방에 와서 자칭 독토 코디네이터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열두 발자국>으로 나눈 이야기 중 인도를 다녀왔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책으로 인도 소설을 제안했다.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인도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독서일기클럽에 오겠다고 했다.
독서일기클럽이 있는 당일 오후 늦게야 간단한 안내 문자를 보냈다. 약속이 있는데 시간이 되면 참석하겠노라는 답장이 왔다. 약속이 없어도 올까말까한 판에 오늘은 안 오겠거니 싶었다. 당사자는 나보다 먼저 책방에 와서 책을 읽고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세계와 히말라야에 대해 들었다. 월드라인(닉네임)님은 ‘정유정을 좋아하고 히말라야에 가고 싶은 당신에 대해 알고싶다’고 했다. 나는 히말라야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왜 히말라야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세계
인도, 히말라야를 찾아본다. 올 초에 빠져있었던 ‘부탄’도 인도, 히말라야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책을 폈다.
“부탄 사람들은 왜 모두 걸어 다니죠?”
“자가용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왜 차를 사지 않아요?”
“차가 너무 비싸니까요.”
“한국에는 36개월 무이자 할부 같은 제도가 많이 있어요.”
“아뇨, 부탄 젊은이들은 신용카드를 쓰지 않습니다. 자기가 번 돈에 맞게 쓰고 저축하는 게 좋은 거니까요.”
“아, 그럼 신용카드나 대출 같은 게 없다는 말인가요?”
“아예 없다기보다는 정부에서 그런 걸 권장하지 않아요. 벌지도 않은 돈을 미리 당겨서 쓴다는 게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62p
“부탄도 변하고 있어요. 시간은 언제나 그대로지만 사람은 변하니까요.” 65p
“마담, 우리는 찰나를 사는 거예요. 현세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다음 생을 결정할 거예요.”
“그럼 생이 다시 시작된다는 건가요?”
“맞아요. 그러니 이 생에서 모든 것을 다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중략)
부탄에서 죽음을 더 쉽고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부탄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자연적인 단계이자 긍정적으로 통과해야 할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니 이번 생에서 완성하지 못한 것이 있다 해도 그리 억울해 하거나 슬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6개의 세상을 그린 거대한 그림 앞에서 나는 가슴이 떨렸다. 256p
둘둘 말아놓았던 세계지도를 펴서 벽에 붙였다. 히말라야, 부탄, 인도. 한번도 꿈꾸지 않았던 세계를 손으로 짚어보았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 충만함과 기쁨으로 책장을 덮는다.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의 부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