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교사 체 Dec 19. 2020

프레임이 다르다

최인철, 프레임

동일한 풍경을 보고도 사람들마다 찍어낸 사진이 다른 이유는
그들이 사용한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24p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직업’이라고 정의하고, 어떤 이는 ‘커리어’라고 정의하고 또 어떤 이는 ‘소명’이라고 정의한다. 37p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는데 누구에게 그 일은 job이고 누구에게 그 일은 소명이다. 학년 말 생활기록부, 일명 생기부 작업이 한창이다. 어떤 교사는 지난 시간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성찰하고 상담하며 한 글자라도 더 정성껏 써주려고 애쓰고 어떤 교사는 복붙(복사-붙이기) 하면서 쉽고 편하게 학년말을 보낸다. 전자는 전자끼리 어울린다. 후자는 후자끼리 어울릴 법도 한데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후자는 자기 혼자 잘 산다. 학교에서는 둘다 바쁘다. 학교 일은 당연히 전자가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후자는 자녀 학원 챙기랴 부동산 시세 챙기랴 집안 대소사로 바쁘다. 희한하게도 월급에 대한 불만은 후자가 더 많다.   

  

그냥 볼 때는 마냥 좋았는데 같이 일을 해보면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대화의 포인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갖고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해가 안 된다는 말로 서로를 비난하기 바빴다. 아, 다른 프레임으로, 다른 언어로, 대화가 아닌 각자의 말을 하고 있구나! 그렇게 인식하고 거기서 멈추어야 했는데.     


실패한 관계들이 있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안 좋았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 훨씬 미숙한 사람이었다. 좋으면 계속 좋을 줄 알았고 좋고 싫음의 감정에 압도되어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실패한 관계를 통해 배운 것도 많다. 좋고 싫음은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 감정일 뿐이라는 것, 싫은 감정이 올라올 때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는 걸 지식이 아니라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집을 지을 때 가장 전망이 잘 보이는 곳에 창을 내듯 세상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을 향유하도록 내 마음의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   

  

사람 프레임의 남용은 상황의 힘에 대한 무지를 낳는다. 이는 불필요하게 서로를 비난하거나, 개인의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실수를 범하게 만든다. 시스템을 통한 문제의 개선보다는 소수의 문제적 인간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반면에 사람의 힘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상황 프레임을 남용하게 되면,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보게 되고 문제의 개선이 전적으로 개인의 외부에 있다는 운명론적 시각을 갖기 쉽다. 그러므로 두 프레임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169p    


사람 프레임의 남용! 이해가 안 된다는 말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때, 문제적 인간이라 욕하고 싶을 때 꼭 명심해야겠다. ‘내가 또 사람 프레임으로 보고 있구나.’ 많은 사람들이 상황 프레임보다 사람 프레임에 의존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그 최전선에 내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만 속으로 외치며 올라오는 비난을 꾹꾹 밟아누른다. ‘상황 프레임으로 보기, 상황 프레임으로 보기, 프레임을 바꾸기’    


타인을 즉각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던 상황을 찾아보려 노력하게 되므로 조금 더 관대해진다. 한마디로 지혜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 프레임이 인도하는 지혜의 끝은 ‘나 자신이 타인에게는 상황이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상황 때문에 기인한다는 깨달음, 그것이 지혜와 인격의 핵심이다. 170p


작가의 이전글 다시 여행을 하게 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