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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Oct 24. 2021

실크로드를 따라 떠나다

정수일, <실크로드 문명기행>

천재 교수 정수일이 한겨레신문 ‘실크로드 답사단’의 일원으로 답사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여행보다 답사(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조사함)에 가까워 실크로드의 이국적 풍경과 설렘도 있지만 틈만 나면 우리 역사의 흔적을 찾으려는 저자의 애타는 노력 덕분에 답사하는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여정은 실크로드 출발지 베이징에서 시작해 고비 사막을 거쳐 중앙아시아의 우루무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아프가니스탄, 터키까지 이어진다. 실크로드를 지나며 인도와 아랍을 여행한 혜초 스님의 발걸음을 상상하니 마음이 웅장해진다. 곳곳에 카레이스키(고려인)들이 살고 있고 사마르칸트 한 박물관 벽에는 고구려 사신도가 그려져 있고 장영실이 만든 해시계 물시계와 똑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고 우리 기와 문양과 같은 문양들이 보이는 등 과거의 우리가 실크로드를 오고간 흔적들이 많다. 의학, 과학, 건축학 등 문명이 실크로드를 지나 유럽으로 전파되었음에도 과거 영화를 누리던 나라들은 쇠퇴하고 유럽은 여전히 문화의 부흥기를 누리고 있으니 역사의 무상함을 깨닫게 된다.       


코로나 이전 우리 가족의 마지막 여행지는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여름방학 극성수기 급조된 여행에 유럽은 비행기표가 너무 비쌌고 동남아는 우기라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했다. 비행기 가격이 1년 내 동일한 곳, 안 가본 곳, 안전한 곳, 물가가 싼 곳으로 기웃거리다 발견한 곳. 단점은 여름 기온 45도.      


수도 타슈켄트까지 7시간, 직항이라 편했다. 타슈켄트-히바-부하라-사마르칸트-타슈켄트로 이어지는 일주일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슬람 사원들의 거대하고 정교한, 색채 미학의 놀라운 건축미와 순박한 사람들의 호의와 친절, 끝없이 펼쳐지는 민둥산과 푸른 오아시스의 이국적 풍광을 기억과 추억으로 담기에 일주일은 턱없이 짧기만 했다. 45도를 웃도는 한낮의 타는 햇살이 지고나면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울창한 나무들 사이 사그락대며 나뭇잎 부딪는 소리마저 정겨운 추억으로 남는다. 실크로드의 중심 사마르칸트에 서본 것만으로도 역사의 현장이 피부에 와닿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코로나와 함께 산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떠나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내가 떠날 곳을 찾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한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 즐거움, 이른 저녁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슬슬 기지개를 켠다. ‘읽어서 세계 속으로’ 캐치플레이즈 아래 패키지여행처럼 그 나라를 쓱싹쓱싹 훑어보며 이제는 머지않아 떠나게 될 날을 준비한다. 



히바의 아침


히바 레스토랑


세계문화유산 히바 골목
부하라 캴란 미나렛 광장
부하라 호텔 앞 미술관
사마르칸트 도심 공원
타슈켄트 근교 차르박 호수
사마르칸트행 기차, 부하라역
새벽, 호텔에서 택시로 부하라역까지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행 기차. 시베리아횡단열차보다 낡은 듯
티무르 박물관을 찾아,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구르  아미르
부하라, 캴란 미나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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