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옆자리 동료가 한번 읽어보라고 책을 건넸다. 대한민국 육아 대통령 오은영의 책이다. 눈요기로 쓰윽 훑어볼 요량이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계속 책장을 넘기고 있다. 짧막한 장마다 <이제 이렇게 말해 보세요>라는 실습 코너가 있다.
이제 이렇게 말해 보세요.
“잘 잤어?
상쾌한 아침이야.
쭉쭉 기지개 켜고 오늘 유치원에 가서
재미있게 지내다 와야지.
일어나.
쭈쭈쭈쭈.”
‘아, 나도 애들 어릴 땐 이랬었지. 오늘 아침에는 ...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나왔네 ...’ 밥 차려주기 바쁘게 출근하는 아침 풍경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아이들이 크면서 육아책은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이 말은 잘 하고 있는 거구나’ 책을 읽는 동안 아들 둘을 키우며 속상했던 후회했던 행복했던 기억들이 살아났다. 잘한 것보다 미안한 게 많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말’이 사랑만큼 중요하다는 걸 몰랐다.
나이가 드는 만큼 말의 중요성에 대한 체감도 커지는 것 같다. 마음이 그대로 말이 되어 나오면 좋으련만 마음 따로 말 따로일 때가 많다. 나쁜 마음은 성격이 급한지 냉큼 말로 튀어 나오는데 좋은 마음은 끄집어 내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사랑의 말을, 동료에게는 공감과 격려의 말을, 일상에서는 가시돋힌 말보다 선하고 즐거운 말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라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가르치지만 정작 나도 잘 못해 늘 말하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이제 이렇게 말해 보세요>를 따라 한다. 말하는 나도 기분이 좋은데 듣는 너는 얼마나 좋을까. 듣는 너가 기분좋을 말들은 어쩌면 어린 내가 들어보지 못한 말, 어쩌면 나도 듣고 싶었을 말일 것이다. 나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지만 너에게는 많이많이 해주어야지.
“그래도 씻어야 하는 거야. 엄마가 옆에서 도와줄게.”
“아이, 반짝거린다. 잘했어.”
“축축하지? 불편하고 싫지? 그런데 벗으면 감기 걸려서 안 돼. 말려줄게.”
“아빠 왔다, 우리 토깽이들 안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