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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여름에 끊을 수 없는 음식

by 글쓰는 누나

더운 여름이면 누구나 찾는 인기 음식은 바로 냉면이다. 냉면은 메밀이 들어간 면에 얼음을 띄운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있다. 현대에 와서 유행했을 것 같은 냉면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의 원산지는 춥고 척박한 몽골 근방으로 추정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들어왔을 거라고 한다. 일본의 메밀국수가 더 유명하지만, 고려의 선승이 일본에 국수 만드는 법을 전해준 것이 시초였다.


냉면 만드는 법은 1800년대 말 발행된 ‘시의전서’에 처음 나온다. 이외에도 궁중 잔치기록인 ‘진찬의궤’나 ‘진연의궤’를 보면 잔칫상에 국수가 올라갔으며 대개 온면을 차렸으나 1848년 잔치와 1874년 잔치 두 차례 냉면을 냈다고 한다. 냉면은 고종이 즐겨 먹었는데 열십자로 편육을 얹고 빈 곳에 배와 잣을 덮었다고 한다. 냉면 사리는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사다 썼으며 배는 칼로 썰지 않고 수저로 얇게 저며 얹었다.




왕부터 일반 백성 그리고 오늘날까지 두루 먹는 냉면은 주로 북쪽에서 추운 겨울 뜨거운 온돌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찬 동치미국에 냉면을 말아먹었다. 반면 남도 출신은 더운 여름에 뜨거운 닭국에다 호박을 썰어 넣은 제물 칼국수를 땀을 흘리며 먹는다. 이냉치냉과 이열치열인 셈이다.


요즘 냉면은 여름에 얼음을 갈아 넣어 시원하게 먹는다. 배달 앱을 보면 정말 다양한 가게가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물냉면, 비빔냉면, 열무 냉면, 만두까지 판다. 메밀을 넣고 삶은 국수를 차가운 동치미국이나 육수에 만 평양냉면과 고구마 전분을 넣고 가늘게 뺀 국수를 매운 양념장으로 무친 함흥냉면까지 어느 순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냉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워낙 차가워 입안과 머리까지 쨍하게 울린다. 이때 만두 한입 베어 물면 따뜻함이 어우러지며 쨍한 차가움을 중화시켜준다. 그래서 냉면집에 만두를 짝꿍처럼 같이 판다. 여름에 냉면의 인기에 반조리 제품도 꽤 많이 나왔다.


마트에 가면 함흥냉면 혹은 평양냉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곱게 되어 있다. 반조리의 장점은 조리의 최소화이다. 면만 삶고 육수는 그냥 차갑게 해서 부으면 한 그릇이 완성된다. 전문점의 진한 육수 맛도 좋지만, 마트 표 반조리 제품도 잘만 고르면 꽤 맛있는 냉면을 맛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반조리 제품에 함흥 아니면 평양은 꼭 들어간 걸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냉면의 본고장이 북쪽이라 그런듯하다. 북한도 냉면 부심이 대단한데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꼭 들른다는 곳이 옥류관이다. 서울에 한강이 있으면 평양에는 대동강이 있다. 옥류관은 대동강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는데 규모가 꽤 있다.




북쪽을 직접 갈 수는 없어 옥류관을 다큐멘터리로만 봤다. 영상으로 본 옥류관은 북한 주민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 식당이다. 들어가면 1층에서는 냉면을 먹는데 곁들여 마시는 술로는 맥주가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대동강 맥주’를 내오는데 숫자별로 맛이 다르다고 한다.


옥류관 넓은 식당 내부에 한복을 곱게 입은 북한 직원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냉면을 가져다주며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식초를 육수에 직접 부어 먹는 남한과 다르게 옥류관 냉면은 면에 직접 식초를 부어 육수 맛을 해치지 않고 먹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맛과 다르다고 하는데 직접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다만 예전에는 꿩으로 육수를 냈는데 요즘엔 닭으로 육수를 내고 시원하게 만들어 낸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 요리하기도 힘들고 밥을 차려 먹기 귀찮을 때가 많다. 이때 냉면 한 그릇 시켜먹으면 시원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냉면의 인기가 지속하는 건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시원한 별미, 든든한 한 끼 말이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만사 귀찮다면 냉면 한 그릇이 어떨까 싶다.




* 출처

- 냉면의 유래와 역사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 가지' 중에서 (네이버 지식백과)

-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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