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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Jul 28. 2021

예쁜 코코에게

반려견에게 보내는 편지

예쁜 코코에게


코코야, 네가 우리와 함께 한 지 벌써 8년이 되었구나.


우리 집에 온 첫날, 하얀 솜뭉치가 뽀작뽀작 걸어 다닐 때 마치 인형인 줄 알았어. 너무 작아서 손대기가 두려울 정도였지. 솔직히 말하면 강아지치고는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이 목욕하면서 산산이 부서졌지. 포메라니안은 털이 반이라던데 그걸 증명하듯 몸집이 반으로 확 줄어들더라.




생명을 키워본 게 처음이라 어설픈 것도 정말 많았어. 강아지라 잘 모르고 조금만 아프면 동물 병원에 전화해서 수의사 선생님께 물어보기를 반복했고 너무 말랐다며 혼나기도 했어. 지금은 너무 토실토실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지만 말이야. 가장 마음이 아프고 고민했던 순간은 중성화 수술을 할 때였어.


새끼를 낳을 게 아니면 반드시 하는 수술 중 하나가 중성화 수술인데 처음엔 거부감이 느껴졌어. 순전히 사람 편해지자고 하는 것 같았고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코코는 잠복고환이라 반드시 수술해야지 그대로 내버려 두면 종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어. 결국, 7개월 되었을 때 수술을 했는데 마취된 채 혀를 길게 빼는 모습에서 마음이 정말 아팠어.


다행히 잘 회복되었고 한동안 괜찮았는데 어느 날 다리를 절기 시작했지. 알고 보니 소형견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슬개골 탈구였어. 코코는 슬개골 탈구가 좀 진행이 되었고 작년에 수술할 때까지 꽤 오랫동안 불편하고 아팠을 걸 생각하니 미안했어.


코코에게 가장 고마웠을 때는 우리 가족의 옆을 묵묵히 지켜봐 준거야. 아빠가 가장 외롭고 힘든 순간에도 내가 힘들 때도 묵묵히 있었지. 사람이 아니지만,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되었어. 오죽하면 아빠 유언이 코코가 무지개다리 건너면 아빠 옆에 묻어달라는 거겠어.




코코야,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꽤 오랫동안 아파서 병원에 다녔는데 요즘은 건강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제 노견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데 건강하게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 줘. 어느 날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아빠 옆에 보내줄게.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같이 살자.


예쁘고 또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코코


맛난 사료와 간식 많이 사줄게.


첫째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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