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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Jul 20. 2021

악몽

코코가 꾼 악몽

깜깜한 밤이 되면 슬슬 잘 준비를 한다. 침대에 누워 여느 때처럼 소설을 보던지 뉴스를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졸리면 잔다. 불을 끈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보면 눈이 나빠지는 안 좋은 습관이라 웬만하면 바로 자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잠이 슬슬 들 무렵 코코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글로 소리를 질렀다고 표현했지만 코코랑 함께하며 처음 들어보는 거였다. 평소처럼 왈왈도 아니고 깽도 아니고 진짜 사람이 비명 지르며 일어난 것 같았다. 황급히 불을 켜고 상태를 살폈다.



책상 밑에 누워있던 코코는 다리를 벌벌 떨었다. 곧이어 딸꾹질까지 하는데 등을 한참 쓸어줬다. 그래도 진정이 되는 것 같지 않아 침대에 올려놓고 한참 살펴보았다. 방이 너무 더워 상태가 안 좋은가 하는 생각에 밖으로 데리고 가 현관 대리석 위에 올려놓았다. 딸꾹질은 멈췄는데 헥헥대며 진정되지 않은 것 같았다.


잠시 코코를 혼자 두고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를 봤더니 시트가 젖어있었다. 이상한 마음에 코코가 누웠던 방바닥을 손으로 쓸었더니 물이 묻어 나왔다. 손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더니 물이 아니라 오줌이었다. 급하게 방을 닦고 시트를 벗겨내 세탁기에 가져다 두었다.

 



대충 방을 정리하고 나서 코코 상태를 살폈더니 배 쪽에 털이 오줌 때문에 뭉쳐있었다. 물티슈로 닦고 휴지로 한 번 더 닦아 수습했다. 정리하는 내내 어디가 아픈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눈 때문에 마음고생, 돈 고생한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걱정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 약간 괜찮아진 것 같아 일단 현관에 두고 다시 누웠다. 머릿속으로 고민해봤는데 아픈 것보다 악몽을 꾼 게 아닌가 싶었다. 밥을 먹거나 움직이다 소리 지르고 오줌 지린 게 아니라 자다가 그랬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서운 꿈을 꿨으면 소리도 지르고 오줌도 지리고 심지어 딸꾹질까지 하나 싶었다.




다시 걱정되어 코코에게 갔다. 상태를 보니 점차 안정되어 갔다. 코코가 안 아프고 악몽도 안 꿨으면 좋겠다. 진짜 걱정되었던 밤이었다. 강아지 견생 8년 차에 별일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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