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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배 하나가 만 명을 살린 이야기

by 글쓰는 누나


기적


함경남도 흥남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던 덕수는 전쟁을 겪으며 상상치도 못한 일들을 겪게 된다. 전쟁을 피해 덕수와 가족은 서둘러 피난길에 올랐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마지막 희망을 품고 항구로 향한다. 당시 항에서는 미군들이 철수시키려는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있었다. 배 안에는 수많은 무기가 있었고 밖에는 수많은 피난민이 있었다. 당시 통역관 현봉학 씨가 피난민을 구해달라고 치열하게 설득했고 미 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이 승인하여 무기를 모두 버리고 난민을 태운다.


덕수는 아직 어린 여동생을 업고 힘겹게 배 가까이 간다. 밧줄로 된 사다리에 오르는데 뒤따르던 수많은 피난민의 손길에 의해 결국 동생은 배 아래로 떨어진다. 아빠도 동생도 잃어버린 채 홀로 배 위에 오른 덕수는 절망하고 이후 배는 부산을 향해 떠난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실제 벌어진 흥남 철수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패퇴를 거듭하던 한국군과 미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북쪽으로 진격한다.


하지만 북한의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병력을 보내 전세가 바뀌었고 급기야 1950년 12월 15일에서 25일까지 열흘에 걸쳐 193척의 선박을 타고 38선 이남 지역으로 철수했다. 당시 철수하는 배 중 군수물자를 운송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는 화물을 버리고 1만 4천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부산을 지나 거제까지 이송했다.




이후 이 배는 ‘기적의 배’로 불리었고, 1만 명이 넘는 피난민을 태워 생명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 배가 기적의 배로 불린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23일에서 25일까지 항해하는 동안 단 한 명도 죽지 않았고 심지어 배 안에서 아이가 다섯 명이나 더 태어났다고 한다. 미군들은 이 아들을 ‘김치 5(five)'라고 불렀다.


흥남 철수는 이전에도 어느 정도 알았지만 6․25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게 되었다. 한 배에 만 명이 넘는 인원을 태우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화물칸의 무기를 모두 버리고 차곡차곡 사람을 집어넣었고 머리 위 천장 부분에 구조물을 덧대어 더 태웠다고 한다. 그런 공간이라 물도 주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화장실도 제대로 없었다. 화물칸에 타지 못한 사람들은 갑판 위에 빼곡히 들어섰고 그 상태로 부산을 거쳐 거제도까지 간 것이다.



당시 ‘메러디스 호’의 정원은 60명이었는데 승무원 47명이 타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더 태울 수 있는 인원은 13명이었다고 한다. 그런 공간에서 화물을 버리고 1만 4천 명을 태워 생명을 구한 것이다. 더욱이 죽은 사람도 없고 모두 살아서 다시 땅을 밟았으니 이거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배의 선장 ‘레너드 라루’는 임무가 끝나고 수사의 길을 선택한다. 마리너스 수사라는 이름으로 일평생을 살았고 바다와는 멀어졌지만 ‘기적’을 생각하고 하나님을 생각하며 신께 귀의한 것이다.


물론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분명 신은 존재한다고 믿고 수사도 그랬을 것이다. 마리너스 수사는 하나님의 기적을 두 눈으로 보았으며 이후의 인생은 바뀌었다. 이는 마리너스 수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마리너스 수사는 선종하기 전 성 바오로 수도원을 구했다. 수사의 숫자도 신자의 숫자도 줄어 폐쇄될 위기에 있을 때 한국의 ‘왜관 수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 결정은 마리너스 수사의 영향이 컸고 우리 측에서는 일종의 보은을 한 셈이다.


살면서 사람은 기적을 한 번쯤 경험한다. 다양한 형태로 말이다. 아빠가 49재 전에 꿈이라는 형태를 통해 못했던 데이트와 작별인사를 한 것도 기적이고, 아주 어릴 때 교회에서 불붙은 친구의 머리카락을 내 입김으로 끈 것도 기적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공유가 말했다.


“보통의 사람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돌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놓은 것처럼. 그대의 사람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드라마 내내 이 대사가 잊히지 않았다. 어느 날 기적을 목격하거나 경험했으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 순간에 멈춰 서고 바라기만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그래서 아직 소심한 나는 오늘도 휴대전화 앱으로 작은 기부를 했다. 아주아주 소액이지만 작은 기적에 감사하며 이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출처

- 국제 시장 정보 - 네이버 영화

- 흥남 철수 정보 - 네이버 지식백과, 위키백과

- 메리더스 빅토리호 사진 - 기적의 배 http://www.shipofmiracles.com/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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