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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수 김 Oct 10. 2022

나는 다이슨 사용하는 것을 모릅니다

몰랐습니다.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딸아이를 몬테소리에서 픽업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땀이 나기 시작하고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하는 생리의 시작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짙은 색의 수건을 찾았습니다.

흘리는 피의 색이 딸아이에게 무서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은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소파에 수건을 펴고 덮고 누웠습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방에 앉아서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습니다.


남편이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어서 도우미 아주머니가 바로 우리 집으로 오셨습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운전을 하시고 딸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고 직접 찾으신 가까운 산부인과로 저를 데리고 곧바로 향했습니다.  바로 병원에 도착한후 도우미 아주머니는 딸아이를 데리고 웨이팅 룸에서 기다리시고 나는 간호사들에 의해 수술실로 옮겨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간호사들은 번갈아 가면서 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유산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의 손에 바늘이 꼿이고 몸에 여러 개의 스티커가 붙여지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청소기 같은 소리… 시작이 됩니다.

의사 선생님이 석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의 몸 아기의 집 자궁 속을… 마취가 전혀 없었습니다.  나의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아픔이라는 것이 나의 뇌와 몸으로 전해졌습니다.  나의 피부를 나의 세포를 긁어내고 잡아당기는… 듯했습니다.

나는 참았습니다.

그냥 참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비명도 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밖에 있는 나의 딸아이가 나의 목소리를 들을까 봐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한순간의 조용함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을 남기시고 걸어 나가셨습니다. "깨끗하게 잘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간호사가 "잘 참으셨어요." 나는 안정을 취한 후에 간호사가 밀어주는 윌 체어에 앉아서 웨이팅 룸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나의 딸 얼굴이 보였습니다.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것뿐이었습니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나와 딸아이를 우리집에 데려다주시고 떠났습니다.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나의 딸은 나의 옆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조금 후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셔서 나는 감사의 인사와 표현을 전해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식사 준비를 해주시고 돌아 가셨습니다.

나는 남편과 잠시 통화를 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나의 딸은 너무나 편하게 다 소곤이 자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딸아이를 몬테소리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조금 쳐지는 기분이 들지만 후에 딸아이를 픽업하고 싶은 마음에 기운을 차리려고 합니다.  문자가 왔습니다.  또 왔습니다. 베리 엄마 튤립 엄마 몇 명 밖에 없는 아는 엄마들이지만 걱정을 하는 문자였습니다.  어제 같은 타운 빌라에 사는 엄마가 내가 부축을 받고 차를 타고 갔다는 것을 봤다고 아는 엄마한테 전한 이야기가 소문이 난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제야 문자들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먼저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서 소파에 앉았습니다.  

왜…그 엄마는 그냥 본 것 만으로…

하루하루가 심심해서 일까? 관심이 많아서 일까?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베리 엄마한테 간단한 상황설명과 문자를 보내준 엄마들에게 전해주기를 부탁하는 답장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알람을 맞춰 놓고 잠시 누웠습니다.


알람이 울립니다. 딸아이를 픽업하러 천천히 걸어서 갔습니다.  엄마들이 보입니다. 서로 전해 들은 엄마들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나에게 위로의 말들을 건네기 시작합니다.

괜찮아요!

유산도 출산한 것과 비슷하다고 하던데!

몸 관리 잘해요!

괜찮을 거예요!

어떻게 해!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요!

다행이에요!

몰랐었어요!

나는 딸아이를 픽업하고 그냥 미소로 대신 답을 했습니다. 어차피 예상했었고 그냥 지나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은 짧은 순간의 긴 하루 같았습니다.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아침에 딸아이를 몬테소리에 데려다주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엄마 무리들이 차 한 대로 같이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베리 엄마와 그 외 몇 명의 엄마들이 인사의 안부 문자를 보냈습니다.  알람이 울립니다. 딸아이를 데리러 집을 나섰습니다.  

몬테소리에 도착했을 때 여느 때와 같습니다. 한 여름밤의 꿈 같이 한 순간뿐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유산에 대해 서 말을 건네는 엄마들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이것이 엄마 세계의 삶에서 빠르게 흐르는 순리 같았습니다.


나의 삶에서 한 번뿐인 가장 컸던 슬픔 아픔은 더 이상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나에게는 나를 숨 쉬게 하는 딸아이 하나뿐입니다.

그 후로 나는 청소를 빗자루와 쓰레받기만을 사용합니다.  

지금도 나는 다이슨 사용하는 것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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