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그 어떤 사연들은 계속됩니다
시월드(媤 world)가 무엇일까?
시월드는 "시댁" 혹은 "시집살이"를 나타내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위키백과
팟캐스트를 통해 함께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며느리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소중했습니다. 물론, 며느리이자 엄마로서의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엄마’이자 ‘며느리’로서 처음 겪는 어려움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누군가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 힘든 감정은 결코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작은 글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표현합니다.
클로스터 뉴저지 - 5년 차 며느리
어느 날 클로스터 프라자 쇼핑 단지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화장실을 찾으신다는 말씀에 • 마침 커피 한 잔이 생각나 스타벅스에 모시고 갔습니다.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순간 시어머니가 제 팔을 꾹꾹 찌르셨습니다.
‘어머니~ 왜요?’
제가 묻자 시어머니는 저쪽을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저기~저기~ 저 여자!”
고개를 돌려보니 • 배우 손태영 씨와 두 명의 여성분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연예인을 처음 본다며 눈이 반짝이셨고 점점 들뜬 기색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자꾸 사진을 같이 찍었으면 한다고.... 저 보고 가서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난감했습니다.
그런 부탁은 진심으로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었고 • 미국에서는 살다 보니 연예인을 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일단 화장실로 안내해 드린 후 • 주문을 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속으로는 그들이 빨리 떠나 주길 바랐습니다.
주문을 끝내고 돌아섰을 때 • 마침내 그들은 자리를 떠나고 없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신 시어머니께서 나오시자마자 물으셨습니다.
“어머니, 간 것 같아요…”
그 짧은 말 속엔 아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괜히 마음이 쓰였습니다.
시어머니를 달래 드리려 휴대폰을 꺼내 이것저것 찾아보았습니다.
“손태영 씨가 근처에 사는 것 같아요. 아이들 유학 때문에 온 거래요. 유튜브도 한다던데, Mrs. 뉴저지 손태영이라고… 다음에 또 마주치면, 사진 한 번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약속 아닌 약속을 조심스럽게 건넸습니다.
어색했던 분위기는 조금 누그러졌고, 커피도 다 마무리되어 갔습니다.
커피를 마신 후, 옆에 있는 홀푸드 마켓에 함께 들렀습니다. 과일을 몇 가지 고르고 있을 무렵이었을까요.
해산물 코너 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스치듯 보였습니다.
바로, 조금 전 시어머니께서 아쉬워하셨던 그 손태영 씨와 일행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시어머니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걸 본 순간,
저는 얼른 말했습니다.
“아, 어머니! 오늘 예약해둔 배달 오는 거 깜박했어요! 빨리 가야겠어요.”
그 말에 시어머니는 놀란 듯 발걸음을 돌리셨고, 저는 그 틈을 타 시어머니를 조심스레 모시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쩐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습니다.
소소한 외출이었지만, 마음 안쪽에선 여러 감정이 지나갔습니다.
시어머니와의 대화, 우연히 마주친 연예인, 그 안에서 어색함과 자연스러움이 뒤섞인 나의 행동까지.
이런 날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참, 세상은 넓으면서도 좁다.”
그리고 사람 사이의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질 수도, 조금 비켜설 수도 있는 거라고...
어쨌든 오늘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