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pleLee Sep 30. 2016

거짓과 싸우기 01

여덟번째 이야기

  '계약만료, 고용해지 통보' 5년이라는 세월이 단 한장의 서류로 마침표를 찍던 순간이었다. 당연한 줄 알았던 재계약은 물 건너갔고, 나는 그렇게 다시 무소속자가 되었다. 근 8년 만에 아침에 눈을 떠 갈 곳이 없었다. 무슨 배짱인지 상담은 주 2회로 늘렸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선생님이 물으셨다.


이번 기회에 진짜 하고 싶으셨던 일을 찾아 보는 건 어때요?

  

  답하지 못했다. 원하는 것이 쉬이 허락되지 않았던 과거 경험이 가르쳐 준 삶의 지혜였다. 그 때는 그것이 현실에 꽤나 잘 적응하는 삶의 지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 한마디는 내 마음 속에 울림이 되었다. 잊을만 하면 마음 한 켠에서 알람처럼 울려 퍼졌다.



선생님, 엄청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요.. 저 글이 쓰고 싶어요.

  오랜 고민과 망설임 끝에 낸 용기였다. 상담선생님은 기다리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두손 들어 축하해 주셨다. 브런치에 제안서를 냈다. 그 날 바로 승인이 났다.


니가 쓰면 얼마나 쓴다고
누가 너 따위가 쓴 글을 읽기나 한대?
니가 뭔데 그런 걸 쓰는데!
니가 상담이 뭔지나 알긴 해?
괜히 잘난 척 하지마
읽어봤자나.
너보다 잘 쓰는 애들이 수두룩 빽빽이야
써봤자 개망신이나 당할걸.

  글을 써보자 마음 먹은 순간이었다. 과거 내 일부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온 위협은 참 그럴싸했다. 메시지는 한결같고 변함없으며 한 마디로 근면 성실 그 자체였다. 30년 넘게 들어 온 저 말들은 뭐 좀 해볼라 하는 나의 마음을 끄집어 맨 바닥에 내리꽂는 데 현재까지도 아주 효과적이다. 심지어 어느 두통약 브랜드는 명함도 못 내밀정도로 빠르다.


  사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글을 곧 잘 쓴다는 칭찬을 종종 들었다. 허나 나의 가정환경은 이러한 장점을 알아주기엔 살아내는 것 자체가 과제였다. 글을 써 상장이라도 받아오는 날이면 오롯이 혼자 감당해 내야 하던 좌절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과거 경험을 무기로 밀고 들어오는 힘 앞에 무력해지는 것은 온전한 나의 몫이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는 언제 글이 올라오느냐고 안부를 물어왔다. 친구의 기다림이 포기했던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썼다. 하고 싶었던 말을 거의 모두 쏟아냈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내 글쓰기 실력이 스스로 안타까웠다.


  한계를 핑계로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조차 비웃음으로 가로막는 내 자신을 설득했다.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생각했다. 30년 넘게 알고 있으면서 늘 남들과 비교하며 포기시키기 바빴던 나에게 내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썼다'는 자체에 만족하자며 어렵게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꽤 늘었다. 그들 중 어느 누구 하나 내게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거 내 일부가 보내오는 경고에 겁먹고 포기했더라면 몰랐을 성과들이었다. 이것으로서 과거 내 일부가 보내오는 메시지에는 왜곡, 즉 일말의 거짓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여행에서 거짓이라는 녀석을 이기기 위해 어쩜 나에겐 평생이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영화 러브픽션 속 희진의 대사가 이 부분에 대한 의미를 잘 담아낸 듯 하다. 부디, 나와 여러분의 인생 속 거짓과의 싸움에서도 승전가가 들려오길 빌어본다.


인생은 평생 자기에 대한 오해를 변호하는 거래








첨부그림 출처: http://bgh.ogqcorp.comshare/h/szhvx

매거진의 이전글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