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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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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Lee Oct 13. 2016

추억을 마신다.

지구별 생존기

믹스커피 한 잔이 오늘처럼 그리운 적이 또 있었을까.


하루 종일 내 머리 속 한 곳을 자리잡은 그 녀석에 대한 간절함이 결국 저녁 시간 슈퍼로 이끈다.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작년 12월 다음 직장에서 다시 열어보자 했던 상자를 연다.


애정했던 컵을 꺼낸다.


믹스커피 한 봉지 뜯어 물과 함께 컵에 붓는다.


휘이 젓는 스푼을 보며, 문득.


직장에 있을 때 거들떠도 보지 않던 믹스커피가 그리운 걸 보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여겼던 그 시간 속 내가 떠올랐다.


그제야 알아챈다.


그립다. 그들이, 그곳이, 그 속 내가.


과거는 미화된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난 이것을 고통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인간 특유의 생존본능이라 생각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꼭 미화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인간만이 가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리라.


깊어가는 가을, 그리움이란 녀석을 집어드는 내 마음에게 믹스커피 한잔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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