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존기
퇴근길, 지하철 안.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던
감정의 바닥을 본다.
스스로 모든 것을 다 놓았다며
해탈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렀다 싶을 때 찾아오는 무너짐은 아직도 놓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묻게 만든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목적지가 있기는 한 걸까.
과정이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이다...
나 또한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무너진다.
나만이 알고, 나만이 들을 수 있는 흐느낌..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소리..
한참을 그렇게..
아이를 낳아 키워도 모자를 나이에,
아이처럼 운다. 바보같이.
뭔지 모를 허탈함과 쓸쓸함에 주저앉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
맘껏 울기라도 해.
괜찮아. 그 정도도 못하면 어찌 살아.
괜찮아. 울어도 돼.
괜찮아. 괜찮아.
적어도 오늘만큼은..
괜찮지 않았던 만큼 울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