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생존기
가보지 않은 곳의 날씨와 상황을 상상하고 짐을 정리한다.
마침내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지난 여행에서 돌아와 미처 다 풀지 못한 캐리어 속 짐이 발견된다.
헛 웃음이 난다.
'으이그, 이 놈의 정신머리'
주섬 주섬 옷가지를 캐리어에 던져 놓는다.
'일단 잊어버리지 않게 이렇게 두고 나중에 한번에 넣자'
대충 가져가야 할 옷가지와 물건이 정해지고 난 뒤 캐리어에 짐을 넣었다.
몇 개 되지 않는다 생각했던 짐이었는데, 막상 넣기 시작하니 자크가 닫히지 않는다.
일상 속 나는 늘 뭔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결핍에 시달린다.
여행을 위한 짐을 모두 정리하고 내 방 안 옷장과 책장 등 내가 가진 것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 너무 많다. 언제 이렇게 짐이 늘었지. 분명 예전에는 24인치 캐리어 하나 만큼의 옷가지 뿐이었는데...'
결핍감은 순식간에 포만감으로 바뀐다.
여행을 갈 때마다 느낀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갖고 있구나'
짐정리가 필요한 이사와 여행의 순간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부자인 지, 가난한 지 눈에 드러나게 판단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부디, 이번 여행에서 돌아올 땐 짐이 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