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이야기
사실은요, 지난번에 한 말 거짓말이었어요.
옷을 입는 게 야속할 만큼 무더웠던 여름에 시작된 그(내담자)와의 만남은 어느덧 코트 없이는 다니기 어려울 정도의 겨울이 되었다.
그의 자발적인 화제 전환이 고마웠다.
"무슨 이야기신지.. 좀 더 자세히 얘기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랑 안 맞다고 했던 거요.."
"어떤??"
"연기학원이요.."
"네.."
"안 맞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없었어요. 포기한 거였어요. 제가."
"그러셨군요. 본인이랑 맞지 않아서 그만 나가셨다고 했었는데.. 그게 아니셨나 봐요."
"네."
"감사하네요. 00 씨의 더 솔직한 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거짓말하는 사람 심리는 뭐예요? 도대체?
최근, 가까운 지인이 내게 물어왔다.
이럴 때 즈음이면 '내가 무당인 줄 아나?'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유를 물으니, 수시로 말을 바꾸며 심지어 본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인지하지도 못하는 상사로 인해 본인이 미쳐 버릴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가장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특징을 이야기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은 진실을 말 했을 때 본인에게 이득보다는 손실이 더 클 때,
한 마디로 솔직한 자기 마음을 표현해도 된다는 안정감이 없을 때,
또는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서 등등..
그럴 때 사람은 거짓말을 하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일들을 자주 듣는다.
그럴 때,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아내고 싶은 소위 탐정 욕구에 시달린다.
답하기 전 나의 존재 이유와 상담의 목적을 되새긴다.
하염없는 '기다림'속에서 전심을 다해 자기 고통과 싸우며 나에게 다가오는 내담자를 응원하는 일.
이것이 내가 경험한 상담실에 앉아있는 사람의 마땅한 지향점이다.
이 지향점을 마음에 두고 가다 보면,
앞서 내담자 스스로 본인의 거짓을 바로 잡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하는 행운을 갖게 된다.
그는 본인이 치료사인 내 앞에서 거짓을 바로잡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담이란 행위는 늘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의 한 형태이다.
거짓과 왜곡을 인식하고 바로잡는 일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인간됨을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극히 일부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스스로 일명 DIY로 그러한 회복 작업을 해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경우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본인을 향한 누군가의 진실된 마음의 바다를 마음껏 가지고 누려보아야만 비로소 자신 안의 감추어져 있던 진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감히 단언한다.
그 진실이 당신을 치유할 것이다.
앞서 거짓을 바로잡았던 그(내담자)처럼 말이다.
부디, 당신과 나의 내일이 한 걸음 더욱 진실에 가까워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