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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Lee Apr 27. 2017

형편없는 실력자의 사람 살리기

열 네 번째 이야기

부모님의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집 근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내려왔다던 아이.

아이의 심리적 상태가 응급상황이었다.

아이의 어머니를 만나 하루라도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나의 의견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자살을 시도했던 것만으로도 본인의 인생이 평가절하당하는 것처럼 느꼈다.

내 입을 통해 하루에 한 번씩은 계속해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의 어려운 마음을 전해 듣는 것이 힘들었던 걸까.

전에 00에 있는 00 기관에 선생님 같은 분한테 큰 애를 상담해 봤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더군요. 실력이 형편없으셨었어요. 자격은 있으신가요?


단순한 저항을 넘어서는 공격이었다.

일순간,  자격 조건을 내걸거나 유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진다.

누구 못지않은 유능감으로 똘똘 뭉친 나 자신이 나를 부추긴다.

반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그건 저 엄마의 저항일 뿐이야. 말리지 마'라며..

이제 막 태어나 아장아장 걷고 있는 따뜻한 내가 나를 다독여준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실력이 형편없다고 했던 그 기관에 제가 5년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타살이건 자살이건 5명의 아이들을 먼저 보냈습니다.  저는 그것을 통해 큰 것을 하나 배웠다고 자부합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자' 막상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되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머니는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다.


그렇다.

내 유능감, 어머니의 저항감보다 중요한 가치.


생명.


어머니의 의견과 내 의견이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긴장으로 가득 찼던 1평 남짓하는 상담실 속 대화의 마침표는 아이의 생존이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성공하게 되면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것.

그것은 바로 살자의 반대말 자살.


순간의 고통에 갇혀 영원의 삶을 바라보지 못하는 누군가가 살아가도록 실력도 형편없는 내가 연결고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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