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치앙마이 카페엔 동행을 구하는 방이 있다. 하루에도 10여 개 내지 수십 개씩 동행을 찾는 글들이 올라온다. 잘 알려진 치앙마이 외곽 필수 코스(?)라거나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면 재미있을 곳, 푸짐하게 주문해 먹는 맛집, 야시장 등 함께 가자는 곳은 다양하다. 그중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게 라이브 재즈 펍이나 뮤직 바다.
가장 유명한 곳은 ‘North Gate Jazz Co-Op’. 올드시티 북쪽 창푸악 게이트에 있는 라이브 펍인데 수준 높은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라이브를 하는 곳이 꽤 있다. 급한 일정으로 치앙마이에 있는 게 아니고 내가 머무는 뷰도이 맨션과는 다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천천히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 갈까, 나도 동행을 구해볼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맥주 한잔 하면서 두 시간쯤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되지 않을까?
재즈 바 동행 구하기를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좀 난처한 동행 구하기 글을 보고 나서였다.
‘나이 차이가 있으면 서로 불편할 테니 2, 30대 분들 같이 가면 좋겠습니당.’
참으로 고루하고 플라스틱한 마인드의 소유자 아닌가.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데 나이 때문에 불편한 일은 뭐가 있을까. 함부로 판단해보건데, 그렇게 글을 올리신 2, 30대 분, 음악을 사랑하는 분은 아닐 듯하다.
라이브 펍이 아니라도 같은 세대가 ‘벙개’로 만나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펍은 널렸다. 심지어 서민적인 동네인 싼티탐에도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시끌시끌하면 시끌시끌한 대로 술 마시며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만한 곳이 꽤 된다. 굳이 라이브 음악을 하는 곳을 가자면서 ‘나이 차이 나면 서로 불편하다’는 조건을 달다니, 촌스럽기 짝이 없다. 다시 함부로 말하자면 그 2, 30대 분은 단지 ‘유명한 라이브 펍에 기분 내러 가여, 놀러 가여’ 했던 것일 뿐이다.
‘음악 좋아하는 분들, 오늘 마야몰 건너편 East Bar에 가실래요? 목요일 라이브는 재즈와 소울이랍니다. 10대에서 80대까지 모두 환영!’
이렇게 동행 구하는 글을 올리려 했으나 동행 구하기를 할 등급이 안 돼 실패했다. 게시글 5개 이상을 써야 자격이 주어지는데 눈팅족이었으니....
가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닌데 East Bar엘 혼자서 가게 되었다. 마야몰에서 현금 인출과 유심칩 충전을 하고, 코워킹 스페이스 CAMP에서 재택근무를 한 후(주3일 재택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야시장 구경을 하고, 떵땜또에 식사하러 갔다가 허탕치고(수십 명의 웨이팅 손님들을 보고 바로 발길 돌렸다), 우연히 만난 서점 ‘란라오’에 들어가 구경하다 공책 하나 사고, 맥도날드에서 태국에만 있는 1,400원짜리 콘파이를 두 개 2,200원 세일 가격에 사서 가방에 넣고,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다 보니 East Bar였던 것.
싱하 큰 병 하나와 함께 안주 겸 식사 겸 시킨 돼지고기볶음이 허술한 것엔 별 불만 없었다. 8시 반부터 시작한 라이브. 기타 치며 노래하는 솔로 가수의 가창력은 만만치 않았는데, 왜 곡이 끝날 때 박수를 안 치는 거지? 가수의 노래 소리보다 손님들 떠드는 소리가 더 클 지경이었다. 작은 바라 실내 좌석은 가수의 바로 코앞이고 오픈된 야외석도 딱 붙어 있다시피 한데 말이다. 동행 구하기 팀도 North Gate Jazz Co-Op에서 저렇게 떠들고 있는 건 아닐까.
노래와 노래 사이 가수의 멘트는 들어주는 사람 없이 흐지부지 흩어졌다. 그냥 음악 나오는 술집엘 가지 왜 라이브 바에 와서 음악을 제대로 듣지 않는지? 태국 청년들이 대부분이었고 나 같은 솔로 외국인도 몇 있었는데, 태국 청년들은 시끄러웠고 여행자들은 소극적이고 얌전했다. 조금도 피곤한 내색 없이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멘트하는 가수님, 성공하세요.
6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차례로 들어와 과자를 파는 모습까지 더해 속이 상할 대로 상했다. 밤 9시에 이 어린아이들에게 튀김과자 보따리를 들려 내보내는 부모는 누구인가? 목에 사원증 같은 것을 걸고 다니는 것을 보면 합법화된 상행위 같은데, 아동학대를 태국이 혹은 치앙마이가 허용하고 있다는 말인가? 라이브 바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에 피곤해졌다. 여튼, 구걸이 아니라 물건을 파는 것이니 하나 사주자. 하나에 800원 하는 튀김과자 하나를 사고 콘파이 두 개 중 하나를 콜록콜록 기침하는 남자아이에게 주었다. 웃는 얼굴이 너무나 예뻐 가슴이 쿡쿡 쑤셨다.
라이브 바를 놓고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다니, 국제적 오지랖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