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의 시작, 아카아마 커피

by 나나꽃

아카아마에 다섯 번쯤 왔나?

다섯 번 다 카페라떼를 주문했는데, 오늘 카페라떼가 가장 맘에 들어 남겨두고 싶다.

잔 가장자리로 넘칠 듯 가득 찬 커피와 또렷한 우유거품 나뭇잎, 자극적인 타이푸드에 좀 시달렸을 입 안을 진지하게 다독여주는 부드럽고 친근하고 고소 구수한 맛.

하루의 시작이 이 정도면 부족할 게 없지.


오전인데 자리가 없었다(두 시간 빠른 한국 시간은 노트북 컴퓨터로 확인한다. 낮 12시 43분이네). 4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은 서양 여성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리를 함께 써도 될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슈어!” 싱그러운 미소로 답하는 그녀.

당신은 아카아마에 잘 어울리는 손님입니다. Have a nice day!


오늘따라 창밖 야외석 플루메리야 나무가 시원한 바람에 음악처럼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

며칠 연이어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 같다. 몰랐는데, 외로웠나?

치앙마이에서 남자 하나 주워 오라는 엄마의 명이 생각난다.

엄마, 남자 하나 주우러 다닐 때는 지났어요.

남자가 멍하게 주움을 당해줄 만큼 예쁘지도 않아요.

방금 아카아마에서 만나 서로를 반갑게 쓰다듬는 커플을 안 부러운 척할 뿐이에요.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것만 생각해요.

불만스러운 점들에 적당히 무심하면 현실에서 약간 비껴나 편하게 살 수 있는 치앙마이.

이곳에서 언젠가 영구 거주를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잠깐씩 해요.

그 전에 엄마에게 치앙마이를 한번 보여주고 싶네요.

절대 환상적이지는 않으나 알록달록 재미난 이곳 치앙마이를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브 바엔 왜 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