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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치앙마이 이웃들 (1)

by 나나꽃

‘나의 치앙마이 이웃들’ 하니 이웃들과 대단히 친교를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는 않다. 그냥 소소한, 내 마음의 이웃들일 뿐.


늦은 밤, 밥과 반찬을 사러 밖에 나갔다. 재택근무 전날은 다음날 먹을 식량을 주로 저녁에서 밤까지 서는 싼티탐 로터리의 반찬가게에서 구한다. 가까이 이런 노점들이 있다는 건 치앙마이 생활에선 ‘개이득’. 두 끼 분량의 밥이 800원, 반찬 한 가지에 1,400원. 보통은 밥과 반찬 두 가지를 산다. 이렇게 사가지고 오면 두 번의 식사가 해결되는 셈이다.


치앙마이에서 내가 반찬을 고르는 유일한 조건은 ‘맵지 않은 것’이다. 한국 음식이 맵다는 말은 치앙마이에선 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음식이 입 안 전체를 독하게 자극하는 사납게 매운 맛이다. 북부 음식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노 스파이시’를 덧붙이지 않으면 매운맛에 당하기 십상이다.


맵지 않고 맛있는 야채볶음이 다 팔리고 없어 이것저것 고르는데 사장님이 먼저 “노 스파이시” 하며 다른 반찬들을 추천해주었다. 이제 내 입맛이 애들 입맛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팟 빡붕 파이댕과 달걀장조림을 고르고, 밥을 담을 스테인리스 그릇을 내밀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먼저 산 생필품 중 하나가 밥 담을 그릇이었다. 반찬 그릇까지 가져갈 수는 없고, 뜨거운 밥만큼은 그릇에 담아 오자 싶었다. 반찬들은 이미 비닐봉지에 담겨 나란히 줄을 서 있고, 밥은 그 자리에서 보온밥통을 열어 비닐봉지에 퍼준다.


외식 천국 태국은 모든 먹거리를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다(플라스틱 용기는 한국의 대형마트도 심각할 지경이지만). 그 많은 비닐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바람을 잔뜩 넣어 통통하게 묶은 반찬가게 비닐봉지는 귀엽기 짝이 없지만서도. 그 귀여운 비닐봉지 반찬을 다시 플라스틱 백에 넣어 손님에게 준다. 아이고.


집에서 가져온 비닐봉지에 반찬을 담고 계산을 하니 사장님이 반찬 하나를 더 건넸다. 돼지고기와 선지, 미트볼, 오이가 들어간 국이었다. 사장님은 그냥 가져가라는 제스처를 하면서 두세 번 “프리~”라고 했다(내 귀엔 그렇게 들렸다). 공짜라는 말이지? ‘저한테 그냥 주는 거라고요?’라는 뜻의 몸짓을 해 보이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뜻밖의 덤에 뻑뻑할 정도로 눈이 커졌다. “컵 쿤 막 막 카~” 두 손을 모으고 꾸벅 인사했다.


기분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산 반찬들 중 공짜로 받은 국이 제일 맛있었다. 물론 전혀 맵지 않았다. 내 입맛을 알고 공짜 반찬까지 주신, 늘 보름달처럼 웃어주는 사장님,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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