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내 글을 읽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정치 얘기를 싫어한다면 스킵하시길...(특히 보수 색채가 짙은 분들이라면?) 오늘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많이 주절거릴 것 같다. 치앙마이 속의 일본을 얘기하기 위한 긴 서론이 되겠다. 보는 입장에 따라 나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이다. '좋아요'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르겠다.ㅎㅎ
사진 없이 글만 올린다.
지난번엔 치앙마이 속의 한국을 얘기하며 구름을 타고 다니는 듯 가벼웠었다. 그런데, 치앙마이(태국) 속에서 부상하는 한국을 발견하며 마냥 룰루랄라 할 수 있을까?
아니요.
왜?
요즘 치앙마이 속의 일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 하루아침에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바뀌어 국격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내 판단엔 그렇다), 특히나 일본에 굴욕적인 상황이 갈수록 태산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하지 않았다”고 일본 극우도 하지 않는 망언을 대선 후보 때 터뜨리셨던 윤석열은(예의 없이 ‘대통령’ 안 붙입니다) 취임 후 일관성 있게 일본에 굴종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유엔에서 일본에게 비참할 정도의 박대를 받으면서도 기시다 총리를 한 번만이라도 뵈옵기를 청하더니, 3.1절 기념사에서 “한국이 식민 지배를 받은 것은 세계사의 흐름에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즉, "우리 잘못이다")이라는 극우 인증의 치욕적 망언을 하고, 3.1절에 반드시 외치는 “대한독립만세”가 아니라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해괴한 외침으로 보는 국민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국민? 극우들의 나라라는 것인가?
바로 얼마 전엔 ‘윤완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가해자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주라는 대법 판결도 뒤엎으며 ‘제3자 변제’로 한국의 기업이 대신 배상금을 준다는 약속을 자발적으로 해버린 것. 가해국은 사과 한마디 없이 거만하게 뻗대고 있고 피해국이 셀프 배상? 피해자 분들의 허락도 없이? “이렇게까지나” 일본은 놀라며 떠들썩하게 환영해 마지않고, 피해자 할머니들은 “굶어 죽더라도 그런 배상금은 받지 않겠다”며 분노하셨다. 윤석열, 이자는 한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총독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일본사람도 아니고 일본놈 같다.
국가의 요직을 대부분 검사 출신으로 앉히고 검찰독재공화국으로 만든 것도 순식간, 털어도 털어도 증거 하나 나오지 않는 야당 대표를 300여 차례 압수수색하며(명백한 증거가 수두룩한 주가조작 김건희는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모두 ‘무혐의’) 부패 언론과 합작해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으려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말하는 작은 언론사 기자들을 독하게 탄압하고 “고통을 보여줘야 한다”(대통령이 할 소리인가?)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준다. 이렇게 나라를 퇴행시킬 수도 있나. 상상초월이다.
김건희는 동생-누나 하던 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치부를 밝혀낸 언론사와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권력을 잡으면 시키지 않아도 검찰(경찰)이 다 알아서 해.... '내가' 정권 잡으면 그것들 어떻게 죽어가나 봐봐.(요사스런 웃음)"
소름끼친다.
부패한 국내 언론이 윤석열과 김건희를 추앙하듯 오글거리는 기사를 쏟을 때, 해외 언론은 윤석열이 맞는다는 ‘항문침’과 그의 스승 수염이 긴 ‘천공’을 거론하며 우스갯거리 기사를 쓰고, 김건희의 박사논문도 무속 관련한 것이었다며(그것도 표절논문) 비웃는다. ‘민족정론은 해외에 있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만큼 국내 언론은 모르는 척하는 독재 정권 비판도 적지 않다. 대만에서는 다수의 출연자들이 나와 깔깔거리며 김건희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민망할 정도다). 르몽드지는 ‘콜걸’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던가?
오늘 윤석열은 강제징용 제3자 변제가 “오로지 제 작품”이었다고 일본 언론에 자랑을 했다. 일본 외무상은 “우린 강제징용 한 적 없다”며 뻔뻔한 말을 하는데, “제3자 변제는 다 제 생각이었어요. 저 좀 예쁘게 봐주세요” 애완견처럼 아양을 떤다. 한국인들의 분노와 비난의 소리를 들을 귀는 없는 것 같다. 요미우리 신문에는 "배상금이 지급되면 논란은 가라앉을 것"이라 하고, 군국주의 야욕을 드러내는 자위대 증강 계획에 "이해한다"고 말하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할 때 공손히 듣고만 있었다. 분명히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놈', 무지하기만 해도 좀 나을 텐데 머릿속이 극우 일본놈의 것처럼 나쁘고 불량하다.
그는 “일본은 선진국답게 아름답고, 일본사람들은 정직하다”고 했단다. 일본놈인 본인이 보기에 한국은 후진국이고 한국사람들은 정직하지 않다는 말인가? 일본은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라는 말인가?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매일 수차례씩 성폭행을 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창녀였다는 말인가? 독도는 일본 땅 다케시마라는 말인가? 그가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 협약서에 사인을 하고, 자위대가 한국땅을 밟도록 하고, 독도를 내준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일본놈인 그의 숙원을 푸는 순간일 수도. 나라 망하는 거 순식간이다.
2018년 쿠바 여행에서 한 쿠바노가 “한국의 민주주의 최고”라며 한국 민주시민들의 촛불혁명에 존경을 표하고 엄지를 치켜들던 때의 자긍심은 지금 싹 사라지고 없다. 나라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 같아 이곳 치앙마이에서도 마음이 아프다. 귀국하자마자 촛불부터 들어야 할 것 같다.
한류를 타고 태국 속의 한국이 급부상했다면, 태국 속의 일본은 주도면밀하게 오랜 세월에 걸쳐 튼튼한 베이스를 점유해왔다. 태국인들의 주 소비처 ‘세븐 일레븐’은 일본기업으로 태국 편의점의 99퍼센트를 점하고 있다(체감 통계). 세븐 일레븐이 아닌 편의점은 찾아볼 수 없다. 태국 땅을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대부분 일본 차다. 도요타, 스즈키, 이수즈.... 콜택시를 무척 많이 타고 다녔지만 모두 일본 자동차였다.
‘빡치는’ 일은 거리를 지나다니며 치앙마이의 식당이나 술집 외관에 일본 전범기(욱일기) 문양이 그려진 것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유명한 파도 그림도. 욱일기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면서 의도적으로 사용했을 리는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일본이 태국 문화 저변에 침투하며 계획적으로 만들어온 야만의 그림자다. 일본은 태국의 문화재 복원을 통 크게 지원하는 등 일본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면서 뒤로는 태국의 문화 속에 일본 문화와 정신을 교묘히 스며들게 해왔다.
슈퍼마켓의 물건들 중엔 눈에 잘 보이지 않게 일본어가 들어간 제품들이 있다. 일본 자본이 개입해 있다는 얘기다. 참 교묘하다. 매일 사먹었던 우유가 일본 것이라는 것도 바로 며칠 전에 알았다. meiji. 우유 이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면 좀 더 일찍 알았을 것이다. 메이지라니. 당장 다른 우유로 바꾸었다.
치앙마이 대표 백화점 MAYA 식당가엔 커다란 스시 식당 두 개와 분식점이 입점해 있고, 지하엔 일본 제품만 파는 편의점 크기의 작은 마켓이 있다. 3층엔 일본 캐릭터 상품을 파는 제법 큰 매장이 있다. MAYA 백화점 건너편엔 이곳이 일본인가 싶을 만큼 일본 상점과 술집만 모인 구역이 있고 밤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그제는 치앙마이의 가로수길 님만해민 화이트 마켓에 ‘일본 공예품(액세서리?) 판매’ 이벤트가 있었다. 치앙마이 속의 한국이 ‘바람’으로 온 것이라면, 치앙마이 속의 일본은 치밀한 ‘기획’으로 온 것이다. 그들은 골수 친일파 한국 대통령을 촘촘한 기획으로 잘 이용해먹을 것이다.
언론은 '훈훈함'으로 포장을 하지만 윤석열이 일본에게 정상회담 만찬으로 겨우 오무라이스나 얻어먹는 수모를 당하고 일본에 또 어떤 선물을 퍼줄지 위태로운 가운데(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일본이 러시아를 누르고 친일파 정권을 부활시키려 궁중 쿠데타를 획책한 을미사변의 해이자 명성황후가 일본 폭력배들에게 시해된 해에 창업한 오무라이스 집에 멍청한 윤석열을 데려가 ‘만찬’이라며 한 접시 '멕이는' 일본, 대단하다. 헤헤거리며 좋아하는 윤석열, 창피하고 한심하다. 의전비서관이 오죽하면 윤석열 김건희 일본 방문 직전에 사표를 냈겠는가), 포털 사이트 치앙마이 카페에 일본 식당에 같이 갈 사람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일본이 한국인들 덕분에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뉴스엔 기가 막힌다. 지금은 좀 자제해야 할 때 아닌가?
* 급기야 윤석열은 애국가 울릴 때 손을 가슴에 올리지 않았다. 기시다 옆에 서서 손목을 바짓가랑이에 묶어놓은 듯이. 애국가에 예의를 표하는 건 기시다 주인님에게 불경스러운 짓이었을까? 일본 국기 앞에서는 90도로 허리를 굽혔고 기시다는 흐뭇하게 내려다보았다. 윤석열과 동행한 한국 내각 일행은 일본 각료들에게 폴더 인사를 하고 일본 각료들은 고개만 까딱했다.
한 매체는 오므라이스 사진과 윤석열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사진을 사용했다. 오므라이스에서 흘러내리는 토마토 캐첩은 '메롱' 하고 놀리는 혓바닥 모양이었다.
수치스러운 친일 정상회담, 숭일 정상회담이었다. 아니지, 윤석열은 한국의 정상이 아니라 일본을 위한 영업사원이었지.
BTW, 과연 치앙마이 속의 한국은 나라가 계속 퇴행해도 계속 부상할 것인가? 나는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러니까 더 퇴행하기 전에 막아야 하겠지?
이제는 청소년이 된 이동국 아들 대박이가 아기 때 했던 말을 되새긴다.
“할 뚜 이따!”
나는 행동하는 양심들의 조직된 힘과 저력을 믿는다. 단 하나의 폭력도 없이 완벽하게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