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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꽃 Feb 27. 2024

내 텃밭이 생겼다!

마침내 내 텃밭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별러온 버킷 리스트랄까, ‘텃밭 가꾸기’를 실현할 베이스가 마련된 셈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구청에서 발행하는 월간 소식지부터 가져다 꼼꼼히 뒤졌다. 텃밭 분양 광고는 2월호에 났다. 다섯 곳 중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민간분양 텃밭으로 픽! 텃밭 분양도 아파트 분양처럼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이 있고, 공공은 추첨으로 민간은 선착순으로 선정하며, 민간 분양가가 공공 분양가보다 비싸다는 데 빵 터졌다. 뭔가 그럴듯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나쁘지 않다.     


오래 전 100평의 개인 땅을 분양받아 고생 고생 거한 농사를 지었던 엄마의 코치를 받을 예정이지만, 텃밭 왕초보에게 기초 공부는 필수. 텃밭 가꾸기의 가나다를 가르쳐주는 책부터 구입했다. 채소가 자랄 땅을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는지부터 종알종알 말해주는 친절하고 친절한 책에 밑줄 긋고 메모하면서 ‘열공’ 모드로 읽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 관련 가이드북이나 에세이를 파고드는 습성이 이럴 때도 나타나는군.      

어떤 일을 하려면 백 번 생각하기보다 핵심 도구 하나를 준비하는 게 답이다. 즉,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물이라는 말. 기타를 배우고 싶다며 몇 년 동안 마음만 키우는 것보다 보급형 기타 하나 장만해 퉁겨보는 게 기타 연주의 첫 걸음이 되는 것처럼. 텃밭 가꾸기의 핵심 준비물, 작은 땅이 생긴 걸 자축하는 팡파르는 자제하고 도시 농부의 소박한 마음가짐부터 장착하자!      


3월 초에 분양대금을 치르면 13제곱미터의 진짜 내 텃밭이 생기고, 마침내 흙을 만져볼 수 있게 된다. 얼마나 바라던 일인지. 코끝에서 알싸한 흙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일 년 시한이라는 것은 일단 생각지 않기로 한다. 일 년 농사를 잘 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테니. 까막눈이 글을 익히는 것처럼 납작 엎드려 '가'부터 겸손하게 배우며 해나가자 스스로를 타이른다.     


꼭 해야 할 일을 할 때보다 안 해도 될 일을 할 때 더 행복한 것,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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