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감정의 필터

과거의 연결고리가 만드는 분노의 그림자

by Naya

"치마가 너무 짧다. 치마를 조금만 더 단정한 걸로 입자."


이 한마디를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어떤 사람은 '저 사람이 나에게 지적을 했어.'라고 생각하며 분노를 터트릴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구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라고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같은 상황에 각자 다르게 느끼는 이 극명한 반응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보이지 않는 필터, 스키마


겉으로 보기에 우리의 감정은 현재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오랜 시간의 경험에 걸쳐 만들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보이지 않는 필터'가 존재하는데,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스키마'이다.



[스키마]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인지구조.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이를 경험의 속성을 조직하는 골격구조(틀)로 보기도 함. 경험에 따라 형성되고 업데이트되며, 동화와 조절의 과정을 통해 수정됨.


-바틀릿: 1932년에 스키마 개념이 도입함.

-피아제: 동화와 조절을 통해 스키마가 형성된다고 주장함.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오랜 경험은 '스키마'라는 필터를 만든다. 거절, 무시, 부당함 같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우리 마음속 필터의 색과 강도를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여러 개의 마음의 방을 오가며 감정을 조절하지만, 때로는 감정의 방문을 제대로 닫지 못해 그 여운이 다른 방으로 따라 들어와 일상이 흔들릴 때가 있다.


바로 이 순간, 스키마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분노와 좌절감에 자주 휩싸이는 사람은

'수치감', '버림받음' 필터가 작동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감이 새겨진 필터는

사소한 오해에도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공격'이나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과거의 상처로 남은 경험과 연결되어 번역되기도 한다.


마치 작은 자극이 과거 위협적이었던 상황을 재생하듯,

머릿속에서는 방어기제로서 분노를 즉각적으로 표출한다. 바로 이것이 인지 왜곡이다.


화가 많은 사람에게 흔한 인지 왜곡은 '과잉 일반화'이다.


한 번의 실수가 '나는 항상 실수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비약되고 이 좌절감이 외부를 향한 분노로 폭발한다.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로 우리는 일상을 보내며 힘들어한다. 이럴 땐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출처를 찾는 활동이 필요하다.



■ 마음의 재건축을 위한 성찰


그렇다면 이런 오래된 필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방문만 고치거나, 가구만 바꿔도 될 때가 있지만, 때로는 방의 구조 모두를 고쳐야 할 때도, 뼈대만 남기고 모두 허물어 재건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감정을 구조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스키마는 자기 영속성이 있기에 재구성이 어려울 수 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성찰과 재구성을 하는 행위가 흔들리는 지진과 같은 일상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나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어쩌면 "번아웃의 느낌, 감정들을 곡으로 써내며 번아웃을 이겨낸" 가수 뷔의 말처럼 내 마음을 마주하고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성장의 방식일 수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쯤은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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