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깨지기 쉬운 유리알

다이아 구슬은 아니더라도, 옥돌 구슬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by Naya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다.”


최근 회복탄력성 검사를 받았다. 결과지는 '유리알'이라는 한 단어로 나를 설명했다.

인재파, 노력파, 나약파

그중 나는 ‘나약파’.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였다.


나는 스스로 회복탄력성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 결과를 보고 한참 동안 그 결과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정말 그렇게 쉽게 깨지는 사람일까?

아니면 너무 오랜 시간 목표를 붙잡고 달려오느라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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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버틸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혹시 지금의 환경과, 멈추지 못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여온 그 책임감이 나를 깨지기 쉬운 유리알로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상담자로서 윤리적으로 더 단단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학교에 다니며 상담을 공부하고, 틈틈이 자격과정 공부도 병행했다.

주중에는 하루 종일 상담과 사례관리, 각종 서류 업무로 시간을 보냈다.

내담자 지원과 지원을 하기 위한 자원 탐색, 관련 자료 조사.

강의 커리큘럼을 세우고 교육자료(PPT, 활동지, 교구)까지 직접 준비했다.


업무 과정에 다양한 역량강화 프로그램까지 지원하다 보면 하루가 숨 가쁘게 흘러갔다.

물론 퇴근 후에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저물면 남는 건 피로뿐이었다.


그중에는 내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내담자도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야기만 나누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분들이 있는 반면, 필요 이상의 주의를 요하는 분들도 있다.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내가 건네는 지원은 거부하고, 또 다른 방식의 관심을 끊임없이 요구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의 에너지 뱀파이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곧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유리알 같다’는 결과는 어쩌면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허탈했다.


나는 정말 그렇게 깨지기 쉬운 사람일까? 아니면 이제 그만 멈추고 쉬라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외침일까?

에너지 고갈을 막기 위해 절전모드로 살기로 했다.


논문도 미룬 것이 아니라 포기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 지켜야 할 우선순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과정의 검사지 해석과 강의안 준비도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만 했다.

내가 살아온 방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의 생업은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기로 했다.


머리로는 ‘멈춤이 회복의 시작’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미 가속이 붙은 내 삶은 브레이크가 쉽게 걸리지 않는다.


예전엔 다도나 박물관, 박람회를 다니며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되찾곤 했다.

가끔은 와인 한 잔 하며 유리알의 흠집을 매만지던 시간도 있었다.


요즘은 그 흠집을 돌볼 시간도, 쳐다볼 여유도 없다.

그게 참, 슬프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바란다.


"다이아 구슬은 아니더라도, 옥돌 정도는 될 수 있기를."


조금은 단단하고, 은은한 온기를 품은 사람으로.


지금의 일을 보다 오래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내 마음을 먼저 돌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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