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마음이 뾰족해질 때

체력이 바닥난 날, 나를 지키는 작은 루틴

by Naya

며칠 째 야근이 이어지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반복된 일정에 체력이 바닥을 긁는다.

온몸에 기운이 없어 일상을 억지로 이어가다 보면 아침마다 이불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마치 강력접착제가 눈과 몸을 딱 붙여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접착제에서 몸을 떼어내듯 일어서려니, 마음도 덩달아 예민해지고 뾰족해진다.

누가 건드린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날이 서는 듯하고

늘 똑같은 일상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소한 것에도 왜 상처를 받을까?

왜 이렇게 쉽게 화가 날까?


그 답은 매우 단순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


뾰족해지는 마음은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마음이 둥글게 유지되기 어렵다.


아마도 몸이 나를 지키기 위해,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마음의 보호막을 세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인식한 순간, 예민함을 ‘내 성격 탓’으로 돌리던 시선이 ‘내 몸의 메시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어른이라면 더 둥글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인데 마음까지 완벽하게 둥글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다.

뾰족한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그저 다시 둥글어질 여유를 잠시 잃었을 뿐이다.

버티고 있는 나는, 정말 힘든 날에 이렇게 나 자신에게 말해주려 한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


뾰족해지는 건 절대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저 지나치게 지친 몸이 조용히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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