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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민트 Jul 01. 2018

연애 고수가 결혼을 잘 한다?!

연애 고수라는 말의 정의는 애매하다.

‘고수’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는 편의상 '연애 고수’를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규정하기로 한다.  





36살까지 싱글녀로 살면서 가장 힘들 때는 이별을 경험할 때였다.

싱글녀로 산 기간이 긴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 경험은 많아졌고 필연적으로 이별로 아팠던 횟수도 증가했다.

이별의 아픔은 희한하게도 여러 차례 앓아도 면역이 생기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후유증이 심각해졌고 힘겹게 겪어내며 버텨왔다.


내가 만난 남자들과의 파란만장한 연애담.

어느 순간, 여러 남자들을 만나 사랑한고 말하고 이별하는 내가 싫어졌다.

내 소중한 청춘이 다양한 남자들이 스쳐지나간 추억, 내세울 수 없는 아픔들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있는 건지, 난 감정적으로 헤픈 게 아닌지 한심해지기까지 했다.

연애 고수라는 것은 결혼하면 감춰지고 덮어져야 하는 일.

자랑스럽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 겪어야만 하는 게 싫었다.





하지만 반복된 이별로 내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이 내게 잘 맞는 스타일의 남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난 말수가 적고 행동이 신중한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했다.

말수가 적고 생각이 많은 편인 내게 위의 스타일의 남자는 답답함을 키웠고 서로에게 화를 크게 내거나 말 없이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나와 잘 안 맞는 또 다른 남자 스타일도 파악했다.

남성적인, 마초 같은 면이 강한 남자는 지는 걸 싫어하는 내게 상극이었다.  

세련된 매너에 스타일도 감각적인 차도남과는 서로 호감을 갖지만, 만남이 이어질수록 부담스럽고 편해지지가 않았다.


예전과 좀 다른 연애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만난 스타일이 남편이다.

남편은 말을 잘하고 장난기가 많고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말이 가벼워보이고 바람둥이처럼 여겨져 연애 기피대상으로 꼽아온 스타일이다.

하지만 예상 외로 남편과의 연애는 기존의 연애들과 달리 재미있고 편안했다.

말이 없는 날 활짝 웃게 만들었고 그의 살가운 애정 표현은 감정 표현에 서툰 나를 애교쟁이로 만들었다.

결국 평소 피해왔던 스타일의 남자였던 남편과 결혼했고 여전히 그의 장난기에 박장대소하며 알콩달콩 살고 있다.





이전의 연애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남편과는 사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지금의 이 행복을 느끼지 못했겠지.  

연애를 많이 하고 고수가 되는 과정에서 내 성격에 맞는 스타일과 안 맞는 스타일의 남성을 간파했고 그 덕에 좋은 남편을 만나게 됐다.


세상의 모든 경험은 헛된 게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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