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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민트 Oct 30. 2022

4살 많은 게 어때서?!

결혼식 당일 시어머님은 하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신랑이랑 신부 나이차가 어떻게 돼?”

“응. 동갑이야. ”


반대쪽에서 인사를 나누는 우리 엄마도 나이차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응. 별로 안 나.”


시어머님은 거짓말을 하고, 우리 엄마는 얼버무린다.

우리는 4살 차. 내가 신랑보다 나이가 더 많다.

그게 어때서? 왜 4살차라고 말을 못해?



-. 친정 엄마의 걱정


“너 꼴이 왜 이러니?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도 퀭한 게. 화장 좀 하고 좀 꾸미고 다녀, 제발.”

일급비밀이라도 털어놓을 기세로 내 손을 안방으로 잡아끈 엄마는 잔소리를 시작한다.


“차 막힐까봐 새벽부터 일어나서 오느라고 대충 온 거야.”

“윤 서방이 너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니? 피부과도 다니고 신경 좀 쓰고 살아.”

“윤 서방이야 늘 나보고 예쁘다고 하지. 히히.”

“얼씨구? 그래서 좋으냐? 나 원, 참.”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으로 시작된다.


36살 노처녀 시절에도 '화장해라', '외모에 신경 쓰라'는 말 한 번 안 하던 엄마가 나의 결혼 후 변했다.  

내 피부 노화가 엄마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전화통화에서 물어보는 건 내 주름이요, 피부과를 다녀왔는지 여부다.


엄마의 갑작스런 변화는 윤 서방이 나보다 어리다는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젊은 아내를 두고도 바람피우는 남자들을 봐온 엄마는 노쇠한(?) 아내를 두고 사는 윤 서방이 바람 피울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가 보다.

남녀 관계에서 나이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내 말은 엄마 귀에 들리지 않나 보다.





-. 시어머님의 걱정


“얘, 머리카락까지 줍니? 놔둬라!”

시어머님을 처음 우리 집에 모신 자리.

어머님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 아들의 모습에 역정을 내신다.   


결혼 전 집에서 손가락 하나 까닥 안 하던 아들이 스스로 청소하는 모습에 어머님은 적잖이 놀라신 듯하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어머님에게 음식을 권해보지만 어머님의 표정은 착잡하다.

이후 어머님은 남편의 어머니로서 내게 감정적 불만을 쏟아낸다.


“너 집을 이렇게 깨끗하게 해놓은 게 얼마나 불편한지 아니? 같이 사는 사람 힘들어.”

“집은 편하게 쉬는 곳이어야지, 쉬지도 못하게 청소하고 그러면 안 돼.”


어머님은 나이 많은 며느리가 어린 남편을 자기 방식대로 이끌어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여기신다.   

청소를 몹시 귀찮아하던 아들의 변화가 내가 남편을 몰아세워 굴복시킨 산물로 여기시는 듯하다.

아들을 위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신 모양이다.


“어머님, 이 사람 자기가 먼저 청소하고 치우고 그래요. 집이 깨끗한 게 좋다고. 그치?”

“응, 엄마. 내가 알아서 치우는 거야.”

우리 부부가 공조 수습에 나서지만,  어머의 착찹한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 친구들의 걱정


“남편이 동생 같지 않니? 어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거 같은데?”

4살 연하남과 결혼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시절, 내 결혼 생활은 친구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나보다 어린 남자는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공언을 스스로 허언으로 만든 나이기에.


사실 남편이 젊다, 어리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주말, 혈기왕성한 남편은 집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하려 하지 않는다.

쉬는 날 나들이를 다녀오고 외식도 해야 재충전이 된다며 날 끌고 다닌다.   

해외여행에서 그의 체력은 철인급이다.

오전 8시에 호텔에서 나와 밤 12시까지 16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

저질 체력인 나는 따라다니다가 결국 혹독한 몸살을 앓고야 만다.


그외 나이차를 체감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에서 골치 아픈 일, 남자 선후배와의 관계에서의 해법을 같이 논의하는 사람은 남편이다.

 

“남자후배들을 다루는 게 힘드네. 술 마시고 늦게 출근하는 걸 어떻게 바로 잡아야할지 모르겠어.”

“그 남자후배한테 군기 반장을 맡겨. 그럼 본인도 자제하고 애들 근태도 자기가 알아서 관리할 거야.”


세심하면서 상황 판단이 빠른 남편은 나이가 어리지만 듬직하고 내가 기댈 수 있는 나무다.

7살 많은 남편이 “애 같다”고 툴툴대는 친구를 보면 나이가 철없는 행동과 직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자가 연상인 커플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관심과 걱정은 유별나다.

하지만 유행처럼 여자가 연상인 커플이 많아지고 드라마 소재로 활용되자 나이차로 인한 관심과 걱정은 많이 줄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수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과정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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