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고 싶은 팀장
지난주에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바라는 것을 적어봤는데, 다 적고 나니 내가 팀원으로 팀장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내게 모든 게 완벽했던 육각형 선배 팀장은 없다. 이 얘길 알게 되면, 서운하시겠지? 그래도 각기 특정 영역에서 멋진 선배는 많았고, 한편으로는 누가 봐도 멋진 팀장이었는데 그 당시 내가 미처 팀장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서 알아보지 못한 팀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팀원 개개인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본다. 내가 만난 최고의 팀장, 그들을 떠올리며 같이 일하고 싶은 팀장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 확고한 방향 제시
많은 회사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그렇게나 수직적일 수가 없다. 누구나 편하게 의견을 내라고 하지만, 암묵적으로 리더가 말하는 것을 결과적으로는 따를 수 밖에 없는 조직에서 내가 만난 좋은 팀장은 주위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과제에 접근하는 분이었다.
과제를 누가 지시했느냐에 좌지우지되지 않았으며, 옳고 그름 및 나올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그리고 토론했다. 상사가 지시한 일이 1이라고 할 때 1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1이 나오게 된 배경과 목적을 파악했다. 또한 2와 3이 아닌 1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파고든 다음, 1이 맞다고 판단되었을 때 비로소 1을 팀원들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1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른 대안을 들며 1이 아니라는 설득 또한 격렬하게 했다.
그 밑에 있으면서 결과를 만들어가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 분을 만난 이후로, 일을 대할 때 한 번이라도 두드려보고 목적과 목표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2. 열려있는 자세
팀장은 큰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팀원은 디테일한 실무를 챙기는 사람이다. 팀원이 실무를 어떻게 이뤄나가든 방향이 맞다면 존중해줘야하며, 다만 팀장이 이미 겪었던 시행착오를 팀원이 하려고 하면 그땐 개입하여 겪었던 방식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자신의 의견과 방식을 고집하는 팀장을 만났을 때,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었다. 내가 아무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져간 것이어도 결국 팀장님 입맛에 맞춰 바꿔야할 때마다, 이러려면 내가 왜 필요하지 팀 내 존재해야 할 이유부터 매번 혼나는 것 같아 일하는 재미를 찾을 수 없었다.
좋은 팀장은 '내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내린 업무에 대해 팀원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 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일단 믿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 인간은 해오던 방식대로 하는 게 익숙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부분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 회사도 사람 사는 곳
하루에 절반 이상을 지내는 곳이 회사다. 아무리 일하러 온, 이해관계로 모인 곳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있는 곳이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매년 쌓여간 연봉과 커리어 외에 힘들 때 위로하고 기쁠 때 한 잔 걸치고, 미래의 더 나은 나를 위해 덕담을 받았던 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요즘 MZ들에게 회사는 일하러 온 곳, 그 이상 이하도 아니어서 개인적인 얘길 거의 안 꺼내는 편이긴 하다만... 집안일이 생겼을 때 배려해주고 컨디션이 안좋으면 일정 변경도 해주는 등 기계적으로 일 얘기만 하고 출퇴근 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되는 그런 팀장님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바쁘게 일하다보면 놓치게 되고, 중요한 게 아니니 다음에라고 미루는 게 바로 '감정 교류'일텐데 인간적이고 진솔한 분을 만나면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인적인 사정을 묻고 털어놓는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회사가 아니어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취미 생활이나 연애/가족/재테크/휴가 등의 별것 아닌 얘기지만 회사 선배 아니고 사람 대 사람으로 주고받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서로의 성향 파악에도 도움이 되고 보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이끌어 업무에 이어지도록 해주는, 건설적인 얘기들을 나누게 된다.
팀장이라고 해서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은데, 아기새마냥 팀장님만 바라보고 원하기만 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시선을 달리 하고 이렇게 글로 적으니 더욱 확연하게 느껴진다.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지만 함께 일했을 때 난 그들 각자에게서 값진 것들을 배워왔다.
위로 올라갈수록 큰 그림을 봐야한다는데, 팀원일 때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100%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성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성장, 회사의 성장까지 모두에게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가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언젠가 좋은 팀장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내가 원했던 좋은 팀장의 모습을 생각하며 내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