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선 긋는 팀원

이걸 왜 내가 하냐는 팀원에게

by 틈새

'KPI와 상관없는 그 일을 왜 제가 해야할까요?'


맡은 일을 굉장히 잘하는 팀원이다. 여러 업무를 한꺼번에 줘도 묵묵히 멀티를 해내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팀원. 그런데 부서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누군가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팀원이 발탁되었고 진행하면서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본인이 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까? 자신의 일을 잘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회사에서 필요한 일을 우선시하는 것도 중요한데(그렇다고 팀원이 일은 안한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해도 대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팀원의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질문을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순간 당황했다. 우선 인정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당장의 KPI도 이루기 위해 해야할 들이 있으니, 하지만 지시가 떨어진 그 업무를 살펴보자고 했다. 업무에서 중요시되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것을 잘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네가 선택된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더했다.


그리고 조직 변화 없이 새로운 일을 맡게 됨으로써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가지 일을 잘하는 것도 좋은데 여러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인사이트는 분명 존재한다. 지금 해야할 일과 나중에 해야할 일을 위에서 모를까? 조직의 우선순위에 따라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법이며, 잘하는 사람이니까 중요한 업무를 맡긴 것이다.


또한 축구를 생각해볼까? 경기에서 골을 막는 것은 골키퍼만의 일일까? 공격수와 수비수, 필드를 뛰는 모두가 승리를 위해 노력하면서 상대팀의 골을 막고 가져온다.




어디까지 이해하고 알아들었을까? 개인의 실력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조직이 함께 하고 싶은 팀원은 더 높은 곳을 함께 바라보고 뛰어줄 사람이다. 때로는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업할 줄 알고 회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더 나은 가치실현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


내 일만 잘하면 되고 다른 사람 업무에는 관심이 없다면... 회사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는데, 이런 상황이 더 잦아진다면 이 팀원이 겪을 충격은 말로 하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실력을 키웠다고 생각했을 때 번아웃이 오거나 이직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본연의 업무를 잘해내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하다. 변화를 함께 만들고, 부서와 마음을 맞춰 좋은 팀워크를 쌓는 경험 역시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리고 팀장은 팀원의 커리어를 본인만큼이나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나와 관계없는 일처럼 보여도, 이 과정이 언젠가 더 넓은 자리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다양한 곳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말이다.


비슷한 상황이 또 닥치기 전에 평소에 어떻게 이 마음들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지시가 아닌 설득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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