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아닌 설득을 택하는 리더
"틈새님, 오늘 회의에 안건 A가 나왔는데 한번 검토해보세요."
말 그대로 검토만 하고 결론은 열려있는 줄 알았다. 치열하게 데이터를 찾아보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 결과, A는 진행하기에 무리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보고시 결과부터 말씀드리는 편이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데이터를 근거로 A에 대한 검토결과를 차분히 말씀드렸다. 이렇게 결정하게 된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을 상사도 공감할 줄 알았는데, 아뿔사! 이번 건은 이유와 근거가 없는 통보 건이었다.
물론 조직에서 이유불문하고 어쩔수 없이 따라야하는 결정도 있다. 깊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검토하며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서 내리는 결정도 있지만, 때론 단호하고 신속하게 내린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차하면 다시 번복하고 문제시되는 상황에 대한 해결을 빠르게 찾아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생명인 경우가 있으니까. (뒤에서 실무자들은 울지요.)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것을 어떻게 통보가 아닌, 납득이 되는 상황으로 팀원들을 설득하지?
우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위 리더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 또한 내려온 지시였을테니까.
확인해보니,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요구 받은 배경 중 공감가는 포인트가 있었고, 일말의 가능성에 대해 실행에 옮겨봐야하는 건이었다. 일단 해보자! 이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 내 생각을 숨기지 않되, 조직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라는대로 하면 이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팀원의 것은 아니게 된다.
보고 때와 마찬가지로 결정의 정당성을 짚기보다 '왜 이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배경과 과정을 먼저 이야기했다.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조직에서 갖는 의미와 이 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솔직하게 전했다. 동시에 우리의 역할을 되짚으면서 이후에 갖게 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시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어 내린 판단과 여지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일이 정말 옳은 결정인지는 사실 지금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중간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상위 리더와 조직에게 필요한 부분을 해결하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팀원이 일의 명분을 찾으며 일할 수 있도록 머릴 굴리고 또 굴렸다.
팀장이 되어보니 이런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위에서 내려오는 결정은 빠르고 단호한데 앞뒤 따지며 의미를 찾아야 하는 나는 손과 발, 머리가 두개 아니 그 이상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게 팀장의 숙명일까?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을 만드는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