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서 왜그래
잘하는데 왜그랬어ㅡ
원래 잘하잖아. 방심했니?
잘하면서 왜그랬을까ㅡ
실수했나보네?
등의 말은 칭찬과 위로가 함께 되는 말이다. '그동안 내게 직접 말씀은 안하셨지만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고 계셨구나ㅡ 다음부터는 긴장하고 조심하자ㅡ 실망시키지 말자ㅡ' 등의 다짐을 하게 된다.
아마 제일 처음에 이 말을 들었던 게 10여년 전 첫 교통사고를 내고 용산 경찰서에 갔을 때 아버지를 만났을 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는 경황 속에 아버지로부터 폭풍잔소리에 짜증을 한 바가지 들을 것 같아 조마조마했었는데, 저 멀리서 등장한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며 그러셨다.
'너 운전 형보다 잘 하잖아. 왜 그랬어? 다친 덴 없고? 차는 움직이는 흉기야ㅡ 늘 조심해야 돼' 라 하시며 어깨를 툭 치셨다. 그 때 나는 아버지가 나를 인정해주고 계셨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보이지 않는 신뢰의 끈이 형성됨을 느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저 유형의 멘트를 곧잘 활용한다. 회사 아랫직원에게나, 집에서는 아내나 아들에게ㅡ 생각해보니 특히 아들에게는 꽤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한번은 침대 위에서 둘이 놀다가 한 번 쿵하고 넘어지길래 '어랏? 너 원래 잘하잖아ㅡ 왜 넘어졌어 ㅋㅋ 조심해야 돼!' 라는 멘트를 던졌는데 그 때 아들의 눈빛에서 이런 걸 읽었다. '난 원래 잘 하는 아이! 으하하ㅡ 다음부턴 이럴 땐 이렇게 이렇게 해서 안 다치도록 더 조심해야겠다'
스스로 무언가 실수했을 때에도 속으로 되뇌이면 효과가 있다. 일종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주문'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