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았던 소녀에게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잠을 잘 때 꾸는 그 꿈,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거의 매일 꿈에서 깨며 일어났기에 모두가 꿈을 꾸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꿈을 기억하지도 꿈에서 깨어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매일밤 꾸는 꿈 외에도 생각이 많은 공상가이다.
내 머리에 생각이 둥둥 떠 있어서 그 생각들이 자면서 꿈으로 이어지나보다.
무언가를 의도하지 않아도 꿈을 꾸고 의도하면 또 그것대로 꿈에 나올 때가 많다.
떨어지는 꿈, 쫓기는 꿈 등 꾸고 싶지 않은 꿈부터 아주 잘생긴 연예인 꿈, 친구들 꿈, 사랑받는 꿈 등 내 꿈은 참 다양하다.
10대의 나는 정말 꿈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다.
거창한 꿈이라기보다 밤사이 꾸는 평범한 꿈들처럼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던 어렸던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고3이 끝날 무렵,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오기에 앞서 내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들을 적어내려간 밤을 기억한다.
꿀을 들고 있는 귀여운 푸 그림이 그려진 옆으로 넘기는 직사각형 모양의 일기장을 펼쳐
갱지 느낌이 나는 갈색 종이에 간단한 일러스트와 함께 1번부터 나의 버킷리스드를 써내려갔다.
맥주 500cc 마시기와 같은 단순한 것부터 실현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것들까지 그냥 생각나는대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큰 꿈을 이루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살아가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고 누리며 세상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
나는 그 중 얼마나 하며 살고 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예전부터 내가 읽은 책들에는 내가 무언가를 소망하고 생각하고 간절히 바라면 그게 이루어진다는 다소 쌩뚱맞은 내용이 많았다. 그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였는데 사람들의 바람이 마법처럼 실현되기를 원했던 엉뚱한 이들이 많았던걸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 그것을 원한다는 것은 결국 그 길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게 신기하게도 온 몸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항상 이상주의자라 현실과 거리감이 있기에 꿈만 꾸는 공상가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없이 이루어지는게 없다니, 이상주의자인 나도 곧 현실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싶다.
어른이 되면 꿈이 많이 없어지는걸까.
다시는 세상이 마냥 신기했던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걸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20대 유럽 여행 중 첫 시작은 영국이었는데, 런던에서 캠브릿지로 가는 버스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들판에 나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움과 신선한 기쁨을 느꼈다.
스위스의 깊숙한 골짜기 마을에서도 오스트리아의 한적한 시골길에서도 자전거를 타며 아주 어린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듯 가슴이 벅찼다.
내가 모르던 세상이었기에 그랬었나보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세상은 참 많은데, 내가 꿈꿀 수 있는 것들은 참 많은데,
꿈을 꾸는 어른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꿈과 버킷리스트를 다시 적어볼까.
지금의 나는 어떤 리스트들을 적어내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