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나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고 싶었다.

by 애플슈즈

시간..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족, 사랑, 행복, 건강, 돈, 명예 등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시간이라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을 참 깊이 생각했다.


시간을 벌어보고 싶어 내가 첫번째 했던 시도는 다시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 가장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을 설계해볼 수 있는 충분한 그 4년동안, 제대로 설계해보지 못했기에 다시 가보고자 했다.


시간이 주어지면 많은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말고. 하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결과는 아니면, 말고. 쪽이었을지 모른다.


다행히 다시 간 대학은 첫번째 대학의 길과는 달리 나의 적성과 아주 잘 맞았다.


그것은 내가 나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유예시켰고 또다시 시간이 흐르는대로 살게 했다.


시간이 많은데 원하는게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그토록 찾고 싶었다.


충분히 방황하는 20대였다.


마음은 방황인데 내 앞길은 평탄해보였다.


새로운 진로를 찾기까지 고군분투했던 내 열정은 평탄해 보이는 길 뒤로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열정, 그것이 빠지니 밥없는 반찬만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허기지고 허한데 채워지지 않아 든든한 밥이 먹고 싶었다.


그렇게 또다시 4년의 시간이 흘러 이변없이 또다른 직장을 갖게 되버렸다.


이번 직장을 선택한 것도 한 부분은 시간, 그 시간을 벌 수 있어서였다.


대기업에 들어가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할 자신이 없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자신도 없었다.


나는 평범한 공무원이 되었다. 다행히도 아주 적성에 잘 맞는 공무원.


무료해질 틈이 없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휴직을 했다.


휴직을 하니 또 시간이 많아졌다.


그토록 시간을 원했는데, 덩그러니 남겨진 시간 속에서 할 줄 아는게, 할 수 있는게, 하고 싶은게 없었다.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사는게 싫었는데 이미 길들여져 있었던건지 해야할 일이 있는 상태가 편하게 느껴졌다.


꽉 찬 하루를 보낸듯한 착각,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간 것이 없음에도


생각하지 않고 꽉 차게 보내는 하루가 그리워졌다.


다시 오지 못할 나의 시간임을 알고 있는데 내 몸은 그 시간을 따라가지 못했다.


시간이 많으면 꿈많던 내가 하고 싶었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체험할 줄 알았는데,


머릿속으로 차곡차곡 저장해두었던 것들을 왜 실행하지 못했을까.


시간이 주어진다는게 두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시간이 없는 세계로 돌아갔다.


"시간이 없어" 그 말을 나도 여러번했다.


정말 시간이 없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간절함과 열정이 없을 뿐, 시간이 없는게 아닌데 말이다.


그럴싸한 말로는 체력이 없다는 것,


간절함과 열정이 없다는걸로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시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쁘게 느껴지는 시간을 쪼개내어 새벽 기상을 해보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도전해보기도 했다.


그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을 다스리는 능력이었기에 해볼 수 있는 건 해보고자 했다.


이 정도했으면 습관이 들을 법도 한데, 노력하는 것에 대해 나는 계속 노력해야 했다.


그러다 무슨 알고리즘에 의한 것인지 우연히 한 강의를 들었다.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시간을 마음껏 쓰세요."


왜 이렇게 이 시간을 아까워했을까.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열심히 쓰고 싶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우는 떼를 받아주는 시간은 힘들지만 이 하루가 가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껏 느끼고 충만해하기로 했다.


그냥 일어나고 해야만 할 일을 하고 다시 밤이 되어 잠을 자고,


계획하고 실천하고 점검하는 것이 두려워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들.


나는 그 시간들을 생각한다.


어느 날은 너무나 계획만 하고 있었고 어느 날은 계획이 어려워 뭐든 실천만 하고 있었고 어느 날은 점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다.



언젠가는, 이라는 말.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없어. 라는 말 또한 사용하지 않으려는 문장이다.



여전히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잘 미룬다. 미루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 우선순위에 넣어두고도 잠시 생각의 문을 닫아버린다.

시간도 있고 지금 당장 할 수도 있는 것인데.

내가 갑자기 완벽하고 완전한 인간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들이고 있음을 안다.


나는 온전하지 않아도 꿈꿀 것이며, 오늘 당장 실행하지 못할지라도 실행할 것이라고 믿어볼거다.


나조차도 나의 실행력에 실망해 좌절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좌절하는 것보다 도전하는 것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라서, 어쩌면 평범보다 더 못할지도 모르지만,


느리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방향이 있다는 것,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 없다면 찾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내 시간을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시간아,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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